"겹쳐 쓴 한문자위의 물방울로 동서양 정신세계 대비"|재불「물방울화가」김창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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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겹쳐 쓴 한문 자와 물방울의 조화를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육중하고 풍요로운 한문자위에 내려앉은 가벼운 물방울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20년 가까이 물방울만을 그려 온 재 불「물방울 화가」김창렬씨(61)가 3년만에 일시 귀국해 10월5∼15일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이번 출품작에 모두『회귀』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난 65년 프랑스로 건너가 물방울 그림으로 구미화단에서 호평 받았던 그는 이제 동양세계로「회귀」하려는 것일까.
김씨는 이번 작품 전에서 동양화의 3대요소인 지·필·묵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캔버스 위에 닥 종이를 풀에 개어 바른 후 엷은 먹을 여러 차례 겹쳐 써 한문자의조형을 표현했다. 깊이 있는 톤의 한문 자와 영롱하고 차가운 물방울은 동·서양 정신세계의 조화와 대비를 보인다.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릴 투명한 물방울은 회화성보다 문학성이 너무 강한 것이 약점입니다. 그래서 깨뜨려 보기도 하고 겹쳐 보기도 했지요. 그동안 물방울이 물방울 자체로 보이도록 앉을 자리를 모색해 왔습니다.』
그는 이같은 바탕의 변화를 위해 신문지나 연필가루·숯검정·한문활자체 등을 이용해 왔다. 자연스레 물방울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제 그는 지·필·묵의 세계에서 편안한 바탕을 얻은 듯 스스로『많이 달라졌다』고 만족해한다.
지난 7월 귀국, 서울 평창동 동생 집 아틀리에에서 작업에 매달려 온 김씨는 이번 전시회에 1천2백호 짜리 작품을 비롯해 1백호 이상의 대작 15점을 선보인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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