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維民 기념 강연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유민(維民) 기념 강연회'에는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김경원(金瓊元) 사회과학원장.정종욱(鄭鍾旭) 아주대 석좌교수.테이무라스 라미슈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 등 내.외국인 3백여명이 참석했다.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회장은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이 지역 국가들 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가 세계적인 정치인으로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북아의 평화정착 방안과 러시아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기조 연설을 한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는 "북.미 관계 악화가 핵 문제를 야기시켰다"며 열띤 토론의 문을 열었다.

이인호(李仁浩)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냉전 시기 러시아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오늘 이곳에서 전 러시아 총리가 북핵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강연을 했다는 점이 감개무량하다"며 운을 뗐다.

李이사장은 "미국이 9.11 이후 북한에 대해 더욱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 정권을 전복하는 식의 공격적인 행동을 할 의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북한이 신뢰하는 이웃인 러시아가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을 설득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鄭교수는 "프리마코프 전 총리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 조금 덜 낙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경제개혁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鄭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지난 1년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 개혁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나 기대를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북한이 베트남식 모델을 따라 장기적으론 정치적 개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북한은 베트남과 달리 당이 아닌 1인 독재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국가이며 오히려 점점 경직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고 하지만 이는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며 6자회담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金원장은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북.미 관계의 악화가 북핵 문제의 발생 원인이라고 했지만, 과거 클린턴 행정부도 북한을 불신했고 대북 군사 공격 계획까지 준비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약속을 어기고 여러 차례 발언을 번복해 온 북한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토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핵 문제를 둘러싼 책임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책임을 북한에 돌리는 입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북한 경제개혁 문제와 관련, 그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경제를 개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도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동반하겠지만 개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6자회담과 관련해 동북아 국가들의 상호 이해 수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미국.중국 등 회담 참가 국가 간에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일치된 견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러시아와 중국 중에 어느 쪽이 북한에 대한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라는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의 질문에 "영향력 문제에 대해서는 나보다 한국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윤혜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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