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경제봉쇄뚫고 중동밀수꾼 활개(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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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설탕에서 자동차까지 다양/고대통로등 이용… 대형범선 동원도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삼엄한 대 이라크 경제봉쇄망을 뚫고 중동상인들이 옛날 밀수루트를 따라 각종 물품을 이라크로 대량 반입하고 있어 미국의 경제봉쇄노력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들 밀수꾼들이 취급하는 품목은 이라크가 특히 부족을 겪고있는 설탕ㆍ차ㆍ쌀 등에서부터 자동차 및 기계류의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밀수루트는 고대상인들이 이용했던 교묘한 밀수로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어 서방관리들조차 완전봉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밀수에 자금을 대고있는 상인들과 페르시아은행들은 이와 같은 밀수로 이라크의 식량부족사태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하고 미국관리들도 그 여파가 아직은 대단치 않다고 평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일부 서방전문가들은 비록 제한적인 밀수교역이나마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게는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큰 힘을 제공할 수 있는 규모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제까지 대 이라크경제봉쇄조치는 주로 이라크 포위망의 유일한 누수구로 알려진 요르단의 아카바항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예멘과 수단은 공중수송을 통해 은밀하게 이라크에 물자를 공급해 왔다.
여기에 「옛길을 따라온 밀수꾼」이 가세,미국의 입장을 점차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제재조치결의로 어떤 국가도 드러내놓고 이라크에 물자를 공급하지는 않고 있으나 전쟁을 틈타 「한몫」을 잡으려는 전쟁상인들의 준동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밀수꾼들은 안전한 물품수송을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다국적군의 눈을 속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과거 수천년동안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서 무역선으로 사용됐던 길이 약60m의 고대 범선인 다우선을 밀수에 동원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다우선은 현재 연간 4억5천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항에서부터 이란까지 수송하고 있다.
다우선은 조그마한 만이나 섬등에 쉽게 정박할 수 있어 은신이 용이하다.
노련한 아랍상인들은 두바이와 이란사이의 다우선 무역을 샤트 알 아랍수로를 통해 이라크 남부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는 셈이다.
다우선은 대개 전체 페르시아만국가들에서 발급받은 기항허가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군 전함들이 이라크 국경부근까지 기항하는 다우선을 제지할 방법이 없어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단 물품이 이라크국경부근까지만 옮겨지면 이라크국경을 넘어 반입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라크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언제든지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란정부가 유엔의 경제제재조치에 적극 동참,이라크로의 밀무역을 적극 금지시킨다 하더라도 뇌물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8년간의 이란­이라크전쟁중에도 물자는 끊임없이 이란­이라크 국경선을 넘나들었던 것도 모두 이들 전쟁상인들의 작품이었다.
더욱이 휴전이후에는 밀무역이 더욱 용이해졌고 지금은 전문적인 밀수 노하우까지 갖춘 상태다.
이라크로의 물자반입은 비단 이란을 통하는 경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레바논상인들과 팔레스타인 상인들도 전쟁통에 큰 돈을 벌기위해 앞다투어 대 이라크 밀무역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은 주로 해상운송로를 이용,터키까지 운반된뒤 이란을 거쳐 육로로 이라크에 보내진다.
비록 이라크가 석유 수출을 봉쇄당하고는 있으나 쿠웨이트로부터 압수한 현금 및 금괴의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밀수대금결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밀수업자들의 공급부조에 힘입은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자신의 전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진세근기자>PN JAD
PD 19900916
PG 04
PQ 02
SA P
CK 05
CS D01
BL 1439
GO 지구촌화제
GI 배명복
TI 덴마크 “합법” 동성부부 4백여쌍(지구촌화제)
TX ◎동성연애자의 천국… 사회적 차별없어/국민 과반수가 동성결혼 허용에 찬성
양가부모와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스칼씨(25ㆍ덴마크 단스케은행 국제부직원)와 토마스군(21ㆍ코펜하겐대학 의학부학생)은 막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신혼살림을 위해 마련된 방3개짜리 아파트에 들어서자 이들은 덴마크의 풍습대로 서로에게 준비한 결혼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혼인신고에 이어 시청직원의 간단한 사실확인을 거쳐 결혼에 따른 모든 행정절차는 단 5분만에 신속하게 끝났다. 드디어 두 남자는 떳떳한 부부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곧 포르투갈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프랑스의 한 신문(리베라시옹지ㆍ9월7일자)이 전하는 파스칼씨와 토마스군의 결혼사례는 지금까지 덴마크에 탄생한 수백명의 동성부부의 하나에 불과하다.
덴마크는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세계유일의 국가. 작년 5월 「동성간 결혼에 관한 법률」이 의회에서 통과돼 작년 10월1일부터 발효된 이래 현재까지 덴마크에는 모두 4백43쌍의 동성부부가 탄생했다. 그중 91쌍이 여성끼리의 결혼이고 나머지는 남자,즉 호모끼리의 결혼.
동성연애자의 천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덴마크는 동성연애자의 권리옹호에 있어 다른 나라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전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덴마크정부는 동성결혼자중 한쪽만 덴마크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이들에게 정상적인 결혼의 경우와 똑같은 사회보장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즉 상속권ㆍ재정보조ㆍ생활보조수당ㆍ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혜택에서 아무런 차별을 두지않으며 심지어 이혼절차까지도 이성부부의 경우와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다만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자녀입양권에 대해서만 제한을 하고 있을 뿐이다.
덴마크에는 팬클럽이란 강력한 동성연애자단체가 결성돼 있다. 회원수는 약4천명으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의 혜택까지도 누리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7백10만크로네(약8억5천만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에이즈예방에 관한 켐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또 「로사」라는 자체 방송과 「팬」이라는 발행부수 1만2천부의 자체신문까지 거느리고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과 요구를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도르테 야콥슨씨(38ㆍ법률학자)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권리와 자녀입양권 쟁취가 우리의 당면과제』라고 설명하고 『오는 92년말로 예정된 EC(유럽공동체)통합과 함께 동성연애자에 대한 덴마크식의 권리옹호기준을 유럽전체로 통일되게 확산시키자는게 우리의 기대이자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덴마크에 동성연애를 죄악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그룹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이들 그룹의 의견은 동성연애 옹호론자들의 드센 목소리에 눌려 소수의견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덴마크 전체국민의 57%가 정부의 동성연애 및 결혼의 합법화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덴마크의 이러한 실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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