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정복 빛이 보인다"|미·일 등 각국서 예방백신·치료제 연구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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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동안 잠잠했던 에이즈예방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들 에이즈관련 연구노력은 종전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어 새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말 순수내국인 에이즈환자가 1백 명을 넘어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분야별 최신연구동향을 소개한다.
예방백신개발=에이즈감염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예방백신개발은 80년대 들어 어느 정도 진보를 거듭해 왔다. 이는 분자생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이뤄진 것으로 최근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유전공학 적 연구방법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크기는 일반세균의 수천 분의 1도 안될 정도로 작다. 그러나 이같이 미세한 크기에도 불구, 상당히 복잡한 내·외부구조를 갖고 있다.
이중 치료의 관건으로 등장한 것은 바이러스의 표면인데 전자현미경 등을 통해 그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표면의 단백질모양은 항체합성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 바이러스는 종류가 20가지도 넘는 데다 시시각각 변화를 보여 당장 임상에 응용할 만한 성과는 없는 편이다. 이런 유전공학 적 접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각 바이러스의 공통점을 찾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직 이같은 난관을 돌파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것이 재래식 백신 개발 법이다. 이는 일찍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바 있는 미국의 소크 박사가 제창한 방법으로 올 여름 캘리포니아대학 에이즈연구센터의 가드너 박사 팀이 새로운 성과를 올렸다.
가드너 박사 팀은 바이러스의 표면구조에 집착하지 않고 먼저 에이즈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키우는 연구에 매달렸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특성상 인위적 대규모증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드너 박사 팀은 다음으로 이들 바이러스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살균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수년간의 연구로 완성한 에이즈 바이러스의「대량증식-완전살균법」은 다름 아닌 재래식백신개발법과 동일한 것이다. 가드너 박사 팀은 이 에이즈백신을 원숭이 3마리에 주사한 다음 살아 있는 에이즈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 약대 천문우 교수(약학)는『재래식 백신개발 법으로 얻은 이같은 성과는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그러나 소아마비 균과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진 에이즈바이러스에 새 예방백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에이즈 치료제로 공인 받은 것은 AZT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약물은 독성이 강한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에이즈바이러스의 성숙을 막는 방법이다. 이는 에이즈바이러스가 커 가는 데 필수적인 효소의 활동을 봉쇄하는 것. 즉 이 효소와 결합할 수 있는 인공단백질을 주입,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에이즈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치료법은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특정한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 이 변화를 이용하는 것. 다시 말해 감염세포가 정상세포에는 없는 특정항원을 갖고 있다면 이에 맞는 단일 클론항체를 개발, 에이즈를 치료하는 것으로 일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난 5일 미네소타대학의 우큰 박사 팀이 아메리카자리공이라는 식물에서 뽑아 낸 단백질은 AZT보다 에이즈 감염세포로 죽이는데 1천배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메리카자리공은 다년생식물로 잎사귀는 매우 유독한 것이 특징이다. 우큰 박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물실험 결과에 따라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단일클론항체를 이 연구법에 도입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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