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구호품 이웃 수재민에 전달/수재 뒤끝… 구호ㆍ복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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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병원 긴급의료반 순회진료 나서/침수지역 여관비 2∼3배 바가지/시민이 고무모터보트 동원 65명구조
수재를 당한 이재민들이 묵고있는 대피소마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온정이 밀려들고 있다.
다행히 물난리를 피한 이웃주민들이 밥과 떡을 장만,이재민들의 침식을 돌보는가 하면 행정당국도 신속한 대처로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이다. 수재민들도 점차 생기를 되찾아 복구의 삽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선 아직도 구호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가하면 피부병에 바가지 상혼까지 겹쳐 수재민들에게 이중고통을 안겨주기도 했다.
○…서울 둔촌동 둔촌국교에 대피중인 성내동ㆍ천호동일대 침수지 4백33가구 주민 1천7백여명은 11일부터 둔촌1동 주공아파트 부녀회의 주선으로 이 아파트 6천여가구 주민들이 밥과 떡 등의 먹을 것과 이불ㆍ모포 등을 가져오는 등 따뜻한 이웃의 온정으로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는가하면 남는 물품 등을 구호물자가 부족해 불편을 겪고있는 인근 성일국ㆍ성일중 등에 수용된 이재민들에게 보내기도.
반면 서울 풍납동 토성국민학교에 수용중인 풍납2동일대 침수지 6백15가구 주민 3천4백60여명은 모포 등의 공급이 원할치 못해 밤새 추위에 떨었고 전기가 끊어지고 수도물도 격일제로 제한공급되고 있어 송파구청에서 제공한 급수차에 의존하는 큰 불편을 겪었다.
○…도로가 침수돼 통행에 불편을 겪었던 구로3공단 B지구 일대는 12일 밤사이 물이 완전히 빠지면서 13일오전 각공장 근로자들은 쓰레기ㆍ진흙 등으로 뒤덮인 도로의 청소작업에 나섰다.
한편 영등포수원지의 침수로 14일까지 용수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물을 많이 쓰는 한영나염 등 8∼9개 염색ㆍ나염업체들이 13일오전현재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노량진국교 등에 대피해있던 서울 노량진1,2동 침수지역주민들은 13일 목까지 차올랐던 물이 지하실을 제외하곤 모두 빠지자 아침 일찍부터 집과 가게로 달려나와 가재도구를 꺼내 말리며 양수기로 지하실 물을 퍼내는 등 바쁜 움직임.
이들은 밤잠을 설친 탓인지 꺼칠한 모습이었는데 이웃을 만나면 서로 피해정도와 안부를 묻는 등 인사.
물이 빠진 주택가 담장엔 주민들이 말리기위해 널어놓은 담요ㆍ가재도구 등으로 가득 차있었다.
노량진수원지 침수로 11일오후부터 수도물이 끊긴 서울 노량진ㆍ흑석ㆍ상도ㆍ대방ㆍ본동주민들은 식수가 모자라자 멀리 관악산약수터를 찾거나 시내 친척집에까지 가 식수를 가져오고 있다.
주부 서순진씨(41ㆍ서울 상도1동)는 『수도물이 안나와 젖은 빨래가 쌓여 옷이 썩을 정도』라며 『먹을 물은 매일 관악산에서 떠오나 세수물이 없어 남편에겐 직장에 가서 세면하라고 했다』고 불편을 호소.
○…서울 송정동 일대에는 13일 양수기가 턱없이 모자라 일부 철물점에서는 4만원씩하는 가정용양수기를 10만원이상에 팔고있고 인근 여관들도 잠자리를 찾지 못한 이재민들을 상대로 평소보다 2배까지 숙박비를 받는 등 바가지 상혼이 등장,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또 수해주민들 사이에는 정화조에서 넘친 오물로 더렵혀진 물속에서 작업을 강행해 이름을 알수 없는 피부병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서울 성내동일대 침수지역은 12일 오후6시부터 성내유수지의 배수펌프 1,2호기가 가동됨에 따라 13일 0시쯤 물이 완전히 빠져 복구작업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강동구청 재해대책본부는 소방차 3대와 양수기 2백여대를 동원,침수된 건물지하실의 물을 퍼내고 청소차 42대와 환경미화원을 동원해 도로나 건물에 뒤덮인 오물ㆍ쓰레기ㆍ폐유 등을 치웠다.
그러나 서울 풍납2동일대 저지대 침수지역은 13일 오후4시쯤에야 물이 빠질 것으로 보여 송파구청 재해대책본부는 물이 빠지는 대로 소방차 20대,양수기 1백여대 등을 동원해 복구작업을 할 예정이다.
○…12일 오전9시쯤 중랑천의 수압을 견디지 못해 뚝섬 배수펌프장제방 밑부분이 폭 3m정도 뚫려 중랑천의 물이 배수펌프장쪽으로 역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골재토사운반업체인 삼보기업대표 조순선씨(51ㆍ서울 성수1가 51)는 12일 오전10시부터 15t짜리 덤프트럭 12대를 긴급지원,8시간동안 제방복구작업을 도왔다.
이에앞서 12일 오후5시 침수지역인 서울 마장동 778일대 주민 3백여명이 폭우로 고립돼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성수2가 309 형제염직대표 이병익씨(51)가 자신의 고무모터보트 한대로 4시간여에 걸쳐 주민 65명을 구조해 인근 동명국교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한양대부속병원은 13일 이번수해로 침수된 사근동일대를 비롯,일원동ㆍ수서동ㆍ세곡동 등 서울 동부지역의 수해지역을 대상으로 긴급의료진료반을 구성,순회진료에 들어갔다.
내과ㆍ외과ㆍ소아과ㆍ피부과 등 의료진 20여명으로 구성된 순회진료반은 대형버스 한대로 수해지구를 돌며 수인성전염병 에방접종과 환자진료활동도 펴는 한편 식중독예방 등 보건위생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서울 성내동ㆍ풍납동일대 수해지역은 12일오후 물이 50㎝가량 빠지자 이재민들이 놀이용 구명보트와 스티로폴을 여러장 묶어 만든 뗏목 등을 이용,물에 잠긴 집으로 돌아가 미처 꺼내지 못한 가재도구 등을 챙기는 등 부산.
이번 수해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지하셋방 주민들은 몇몇 가구가 돈을 모아 양수기를 구입,물을 퍼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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