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남-북한 교류 물꼬 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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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번 역사적인 남북총리회담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컸다. 특히 우리체육동호인들은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체육인들간에 대화가 재개되고 나아가 교환경기 등 활발한 스포츠 교류가 성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체육교류가 의제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관계개선의 전기가 마련되어 스포츠가 분단45년의 간격을 메우는데 첨병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과거 미국의 핑퐁외교를 앞세운 「죽의 장막」돌파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소련 등 동구권국가들과 획기적인 관계개선을 이룩한 예를 통해서도 보듯이 한반도에서도 관계개선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여타 분야와 달리 정치 색이 없어 이념과 체제의 벽을 허물고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가장 부담 없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냉전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첨병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남북한은 그동안 분단 45년 동안 교환경기 등 직접적인 체육교류는 단 한차례도 없었고, 그나마 국제대회에서 비공식 접촉에 의한 간접교류가 전부였었다.
금년 초까지만 해도 북경아시안게임 단일 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이 진행되어 한 가닥 희망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2월7일 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나마 접촉마저 끊겼다.
북한이 문호개방을 위한 근본적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남-북한간의 체육교류는 어려울 것 같다. 때문에 이번 총리회담에서의 관계개선을 우리 체육인들은 기대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만 앞선다.
그렇더라도 우리 체육계에서는 꾸준한 교류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측은 지난달 북경을 방문한 체육부차관이 북한 고위체육관계자를 만나 경평축구 부활과 각종 경기의 교류를 제안했으나 북한측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번 북경대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언젠가는 실현되고야 말 체육교류와 함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한수룡<서울 성동구 도선동35 조기축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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