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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두면 발각” 유괴직후 살해/인면수심… 유치원생 유괴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실신했다 깨어나자 다시 목졸라/3천만원 요구 협박전화 11차례
수원 20대부부와 고향 중학교 후배가 공모해 유치원생 이완희군(5)을 유괴,살해한 사건은 어린자녀를 두고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서울 청담동 김희성군 유괴살해에 이어 수원유괴살해 역시 어린이를 무작위로 골라 「살려서 보내면 언젠가 잡히게되니 먼저 죽이고 시작하자」며 유괴직후 살해했다는 점에서 종래의 유괴사건에 비해 범인들의 인명경시풍조가 더욱 흉포해졌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독범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 아닌 20대부부와 고향후배가 함께 유괴살해사건을 조직적으로 모의한 뒤 승용차까지 구입,어린이를 유괴가 아닌 강제납치해 살해,또다른 충격을 주고있는 것이다.
주범 전기철씨(25)는 가난을 청산할 상업자금 마련을 위해 친구동생이며 중학교 후배인 문경한씨(22)와 유괴사건을 공모하다 부인 김은실씨(20)가 눈치채자 함께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난 8월초 범행공모후 25만원에 구입한 포니승용차를 타고 수원시내를 돌아다니다 4일 집앞에서 혼자 놀고있던 완희군을 발견,얼굴이 깨끗해 부잣집 아들같아 즉석에서 납치했다.
전씨는 달리는 승용차안에서 완희군의 이름ㆍ전화번호ㆍ주소 등 돈을 요구하는데 필요한 것만 알아낸 뒤 유괴 1시간만에 인적이 드문 용인 고기저수지에서 완희군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주범 전씨는 범행 다음날인 5일오후 완희군 어머니 김홍숙씨(29)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3천만원을 요구하다 김씨가 『지금 돈이 없으니 전세금 1천만원을 빼주겠다』며 완희군을 돌려줄 것을 애원하자 『3천만원을 준비하기 전에는 안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씨는 이후 4일동안 매일 전화를 걸어 『돈이 준비됐느냐』고 묻는 등 흥정을 계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범한 회사원 이상길씨(32)의 차남인 완희군은 2천만원에 세든 다세대주택 2층에 살고 있었다.
주범 전씨는 수원에서 모고교 1년을 중퇴한 뒤 특별한 직업없이 세탁소를 경영하는 아버지와 직장에 다니는 동생 등 가족들에게 얹혀살다 86년 강도상해죄로 구속돼 지난해 12월 출감했다.
86년 술집에서 만난 부인 김씨와 동거생활을 해오다 결혼한 김씨는 출감한 뒤 친척들로부터 1천만원을 얻어 8개월동안 카페를 경영했으나 손해만 보자 장사밑천 마련을 위해 비슷한 처지의 문씨를 끌어들여 『큰 돈을 한번에 벌려면 부잣집 아들을 유괴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유괴를 공모했다.
경찰은 두번째 협박전화가 걸려온 6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전화국에 형사를 보내 이씨 집에 걸려온 전씨 전화를 모두 녹음하는 한편,전화국 컴퓨터를 이용해 전씨가 수원시 신풍동 일대 공중전화에서 모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따라 경찰은 이 일대 공중전화부스주변에 형사들을 집중 배치해 11차례나 돈을 요구하며 협박전화를 걸던 전씨를 검거하기에 이른 것이다.<수원=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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