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흥업소들 하루 매출신고 35만원뿐(경제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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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9년말 국세청 집계/매출액 대부분 누락/세금도 22∼35%선으로 낮은셈
국내에서 비교적 덩치가 크다는 유흥업소들이 지난해 하루 평균 매출액이 고작 35만7천원밖에 안된다고 국세청에 신고해 일반 납세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룸살롱ㆍ요정ㆍ나이트클럽ㆍ카바레ㆍ극장식당 등 전국의 대형 유흥음식점수는 2천7백71개.
이들 업소가 지난 한햇동안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액은 모두 2천9백74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업소당 평균 1억7백35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1년간 영업일수를 줄잡아 3백일로 치면 하루 평균 매출액은 35만7천8백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88년 이들 유흥업소들이 신고한 하루 평균 매출액 28만4천원에 비하면 그나마 꽤 늘어난 것이다.
이는 국세청이 사치 향락업소에 대한 과세강화차원에서 세무조사를 빈번히 함에 따라 그나마 유흥업소들이 매출을 늘려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소의 매출액신고는 지나치게 낮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서 위스키 한병에 8만원,안주 한접시에 3만∼4만원을 받고 있는 고급룸살롱이 하루에 30만∼40만원어치만 팔았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고객들이 하루에 수십명씩 북적대 호황을 누리는 업소에서 조차 건물임대료도 채 안되는 수입금액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대형업소의 매출액 누락은 국세청이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나서면 여지없이 드러나고 만다.
지난 88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아 소득세등 11억4천만원을 추징당한 백모씨의 경우를 보자.
백씨는 서울 강남의 대형 유흥음식점 2개와 경기도 양평의 호텔을 경영하면서 영수증 발행분과 신용카드 매출분만 신고하고 총매출액의 3분의 2가량인 26억3천4백만원을 빼돌렸다. 백씨는 이처럼 탈세를 하여 번돈으로 부동산투기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행정력이 못미쳐 제대로 세금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유흥업소들이 국세청에 세금으로 내는 돈은 동일업종 중에서 매출이 상위권에 속하는 업소라야 특별소비세ㆍ방위세ㆍ부가가치세ㆍ소득세 등을 모두 합쳐 연간 수입금액의 22∼35%선. 수입신고금액이 1억원이라면 2천2백만∼3천5백만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계산. 더욱이 수입금액이 비교적 낮은 유흥업소들은 수입신고금액의 20%에 훨씬 못미치는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특소세가 과세되는 유흥업소중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업소들이 끼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큰 업소들이 벌어 들인 돈의 상당액을 빼돌린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내용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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