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빗살무늬 그릇에(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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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득한 메아리로
산 첩첩 흐르던 때
진흙에 미끄러진
늙은 강이 재쳐 웃고
성글은 빗줄기 넘어
몸을 벗던 잎새들.
어둠보다 시린 새 날
한 세상을 열어오는
치자 빛 거친 바람
눈동자에 두근대던
알 이슬 뒹구는 뉘에
외다리로 섰는 꿈.
가난이야 삭은 지붕
나부끼는 별빛 아래
모닥불 도란도란
다둑이던 밤 일랑은
바닷가 모래밭으로
퍼다 붓는 북소리.
최정림<서울 마포구 망원동 416의 34 무궁화 아파트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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