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비리 수사 "이젠 정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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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등 사행성 오락기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 전.현직 보좌관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서는 한편 받은 돈 중 일부가 의원들에게 전달됐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 "정치권 인사 첫 사법처리"=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30일 게임업체 간부에게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의 전 보좌관 정현곤(36)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간 국회의원 및 보좌관 등 정치권 인사들을 둘러싼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실제로 비리 사실이 드러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정씨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4월께 사행성 게임인 '마도리' 제작업체로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통과를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정씨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인 '해피머니 아이엔씨'에서 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정씨는 영등위 관계자들에게 전화통화는 물론 직접 찾아가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법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부탁을 한 사실은 있지만 불법로비는 아니었다"며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금품을 받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측은 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지난주 정씨를 보좌관직에서 면직했다.

◆ "의원에게 금품 유입됐는지도 수사"=검찰은 이달 중순부터 전.현직 의원 보좌관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로부터 경비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열린 게임쇼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 보좌관인 오모씨를 최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오씨를 상대로 게임쇼에 참석하게 된 경위 등을 캐물었다. 오씨는 정 의원을 대신해 박형준 의원,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과 함께 게임쇼에 참석했다.

검찰은 문광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정동채.이미경 의원 측근들이 게임업체나 상품권업체로부터 로비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 일부 상품권업체가 김재홍 의원 측근들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소환조사와 별도로 수사선상에 오른 보좌관들의 계좌에 대해 자금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관련업체들이 보좌관 선에서 금품로비를 벌였는지, 아니면 그 윗선인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줬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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