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가폭락ㆍ고유가… 안팎 곱사등이(뉴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겉도는 경제 “중동쇼크” 긴 한숨/몰아친 중동 「태풍」에 지수 6백 붕괴/9.9% 성장 발표 “실속의문”/건설부 「항명」 관료사회 병폐 드러내
경제가 아무래도 점점 꾸려가기 힘들고 어두워져가는 모습이다.
전력투구를 해도 해결이 어려운 물가안정,경쟁력향상 등 숙제는 남아있는데 새로운 난제들은 쌓여만가고 있다.
경제면에서 본다면 지난 한 주는 결코 밝지 못했던 종합주가지수 6백선의 붕괴,무력대결의 양상속에 고유가항진,느닷없이 나타난 건설부직원들의 집단항명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굳이 위안을 삼자면 상반기 GNP(국민총생산)가 9.9%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리경제는 그만큼 지표상의 경제수치와 판연히 「겉과 속」이 다른 현실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중동사태 못지않게 초점의 대상이 된 것은 증시였다. 주초부터 약세로 출발한 증시는 주중에 들어서면서 종합주가지수 6백선을 들락거리다가 결국 24일에는 6백선 밑으로 내려서고 말았다.
정부와 민자당은 지난 중순 이후 논의만 거듭하던 증시대책에 대해 사태를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내주에는 증권안정기금확대,미수금ㆍ미상환융자금의 상환유예 등 안정대책을 내놓을 움직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되풀이 돼왔지만 이로 인해 증시의 침체국면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종합주가지수 6백선은 어렵다고는 해도 현 경제상황에 비춰볼때 정도 이상으로 내려간 감이 크다. 그런데도 주가가 계속 빠진다면 원인은 증시자체에서만 찾을 일은 아니어서 크게는 정치ㆍ사회의 혼란,이에 따라 경제ㆍ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무기력감,가깝게는 사정한파 등 요인이 복합적인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책역시 단기대응이 아닌 정치ㆍ경제적 정책조합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상보다 빨리온 「파동」
○…지난주는 이와 함께 이란ㆍ이집트가 석유공급가격을 잇따라 인상,통보하고 사우디도 LPG(프로판가스) 등 석유류수출을 중단함으로써 우려되던 고유가파동을 성큼 우리에게 실감시켰다. 뿐만아니라 나프타값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제품가격의 연쇄인상,해상운임료 상승도 갈수록 커가고 있다.
석유파동엔 에너지사용의 효율화외엔 달리 대책이 없고 이런 사정은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경쟁대상국도 별반 다를리 없다. 그러나 문제는 중동사태라는 돌발적 사건탓이기는 하나 고유가의 파고가 예상보다 빨리 왔고 그것도 경기둔화속에 산업구조조정을 겪는 와중에 닥쳐옴으로써 훨씬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제개편 “한계내 손질”
○…정부는 또 지난 주말 2개월 가까이 세제발전심의회를 통해 논의해오던 2차 세제개편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세제개편은 법과 행정력의 미비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해오던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ㆍ기술개발에 대한 조세지원을 넓혔다는데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세정책을 통해 계층간 형평ㆍ균형을 제고하겠다던 당초 개혁의도는 금융실명제 유보로 상당폭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방위세 폐지로 인한 세수결함에 신경을 쓰다보니 현실변화와는 동떨어진 특소세ㆍ주세 등의 세율구조 개선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계속에 시작해 한계 안에서 끝난 세제개편이었던 셈이다.
○13명 징계로 조기진화
○…건설부의 집단항명사태는 지난주 초 관료사회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줬다. 조기진화가 최선이라는 정부의 판단아래 일단 주동자 13명을 징계조치토록 함으로써 겉으로는 수습되는 모습이다.
장관의 조직개편안이 발단이 됐지만 이번 사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조직의 경직화에서온 관료주의에 있다는 생각이다.
관료사회에 흔한 병폐인 집단이기주의,중간관리층의 보신주의,조직책임자의 권위주의적 독선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났고,따라서 책임도 어느 한쪽에 물을 것 없이 모두에게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장성효 경제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