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증권 개포지점 이종무지점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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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고비 넘기면 괜찮을 겁니다”/정부의 의지만 믿다가 더 큰 손해/요즈음 흰머리 부쩍 는 사람
주가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두려운 눈으로 증시를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따갑다.
예기치 않았던 중동사태까지 겹쳐 더욱 상황이 어려워진 주식시장은이제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의 자금난가중등 경제전반덧인 문제로 확대될 뿐 아니라 사회ㆍ정치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때 『주식투자를 하지않고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사람은 팔불출』이라고까지 얘기했던 투자자들은 투자원금까지 다 날린끝에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며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고 최고의 직장으로 자부하며 억대 샐러리맨으로 불렸던 증권사직원들도 기회만 생기면 직장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
최근에서 증권사 객장마다 반대매매와 일임매매 등을 둘러싼 고객과 직원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한신증권의 이종무 개포지점장(40)을 만나봤다.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잠은 제대로 자는지요.
▲간에 좋다고 해서 요즘 굼벵이가루를 먹고 있습니다. 술을 거의 먹지 않아 간걱정은 해보지 않았는데 얼마전 종합검진을 받아보니 간이 상당히 안좋다더군요. 피곤과 스트레스 탓이겠지요.
지점장생활 5년동안 고객관리를 위해 휴가한번 안갔었는데 지난 9일부터 3일간 처음으로 그것도 몸이 아파서 쉬었습니다. 요즘에는 전화벨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납니다.
­장기간의 증시침체로 적자 점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영업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거의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식투자는 자신을 제외한 불특정다수와의 머니게임이라 여러 요인들을 분석해서 나름대로의 투자 전략을 짜게 마련인데 최근,특히 8월들어서는 모든 감각이 상실돼 전략수립은 엄두도 못냅니다. 주식을 사겠다고 문의해 오는 사람도 없고요.
요즘은 고객들의 담보여력이나 챙기고 반대매매하는 게 영업의 전부입니다.
­영업상태가 그렇다면 약정고 실적도 예전과 차이가 많이 날텐데요.
▲개포지점만 보더라도 한창 좋을 때는 한달 약정고가 6백억원,올초만해도 2백50억원 정도는 실적을 올렸는데 7,8월 들어서는 1백억원 실적 올리기가 힘듭니다. 저희도 지난달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담보비율이 1백%도 안되는 소위 깡통계좌 때문에 증권사마다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객들과의 마찰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담보비율이 일정수준이하로 떨어지면 일단 통보를 해서 새로 돈을 갖고와 담보비율을 맞춰주든디 처분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많은 분들이 둘중에 한가지를 택하고 있으나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못팔겠다』는 손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처분을 못하다보면 생기는 게 소위 깡통계좌(잔고 주식값이 외상값보다 적은 계좌)입니다.
일단 깡통계좌가 돼버린 것은 고객들에게 돈을 물어 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다른 지점의 얘길 들어보면 심지어 칼을 들고 찾아와 반대매매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까지 한답니다. 이럴 때 대부분 반대매매를 못하지만 싸움을 각오하고 과감히 처분한 곳은 깡통계좌로 인한 괴로움은 없지만 그대신 고객을 다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지요.
­주가하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입니까.
▲천차만별이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신용거래를 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원금이 10∼20%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큰손중에는 총 70억원을 투자했다가 50억원정도를 손해본 경우도 있고 원금까지 다 까먹고 생각지도 않던 자녀들의 2학기 등록금을 걱정하는 가정 주부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모아뒀던 결혼비용을 불리려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결혼날짜까지 미뤄가면서 매일매일 담보비율 맞추기에 바쁜 직장여성,퇴직금을 고스란히 다 날린 퇴직공무원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고객중 한분은 부동산을 팔고 주식에 손을 댔다가 주식은 깡통이 되고 반면 부동산은 값이 뛰자 어이없어 합니다.
정부가 하지말라는 것은 잘되고 하라는 것은 안되니 해도 너무 한다고 울분을 터뜨리더군요.
­투자자들이 제일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역시 증권사에 대한 불만이 제일 많죠. 결과적인 얘기입니다만 자신은 안살려고 했는데 직원이 권유해서 샀더니 결국 손해봤다는 얘기죠.
또 하나는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정책을 편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지난해 12ㆍ12조치 때 정부 의지만을 믿고 지금까지 주식을 안팔고 기다린 사람들이 제일 불만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증시를 어떻게 보십니까.
▲별로 얘기할 게 없습니다. 지난 5,6월정도만 해도 8월말 이후를 기대했었는데 중동사태가 변수가 돼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직원들에게는 9월말부터는 투자를 권유하라는 방향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분석이라기 보다는 현장에서 익힌 「감」이라고나 할까요.
­정부나 투자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증권시장은 자본주의의 핵입니다. 정부는 지금보다 증권시장을 보는 자세가 보다 신중해야지 정치적이거나 임시방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극한상황일 때는 개입을 안하고 오히려 평소에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투자자들도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은 바로 욕심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자기 분수에 맞는 한도내에서 주식을 운용하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이번의 고비만 현명하게 대처하면 결코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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