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계 개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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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권의 새 틀 짜기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정무특보단을 무더기 임명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가 27일 발표한 정무특보엔 ▶이해찬 전 국무총리▶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오영교 전 행자부 장관▶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이 포진돼 있다. '노무현의 남자들'이라고 불릴 만큼 신임이 두터운 면면들이다. 특히 이 전 총리는 두 번의 대선에서 선거기획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안에서 "노 대통령이 앞으로 다가올 정계 개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당에서 추진하는 정계 개편이 '분당 실패론'에 쏠려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 대통령은 무게있는 정무특보들을 통해 당의 중심을 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합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분당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 주장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에서 터져나오는 이 같은 주장은 지역구도로 되돌아가는 정계 개편에 반대하는 노 대통령의 입장과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최근 "노 대통령은 (정계 개편이) 지역적인 분할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데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노 대통령은 20일께 '통합신당' 창당을 주장한 천정배 의원을 만나 신당에 대한 구상을 들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정치적 동반자 관계인 노 대통령과 천 의원이 정계 개편 방향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사실상 정치적 결별을 한 셈"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이 부쩍 '헤쳐모여식' 통합보다는 '열린우리당 중심의 정계 개편론'을 들고나오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의 의중과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지역구도를 뛰어넘는 '진보적 실용주의'를 새로운 기치로 내걸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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