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볼셰비키 혁명의 상징인 망치와 낫 장식을 한 전화기(左)와 마르크스·레닌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물품보관 박스(右). [텔레그래프 제공]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 선물들이 냉전시대 소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창문이라고 28일 보도했다. 과거 소련의 맹방들이 보낸 선물들 중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선물한 의식용 칼과 에티오피아의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가 선물한 지갑 같은 물품이 포함돼 있다. 죽은 아르마딜로(미 대륙에 서식하는 포유류로 딱딱한 껍질로 몸을 싸고 있는 동물)로 만든 램프나 인간의 머리털과 담뱃잎으로 만든 레닌의 초상화 같은 전시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선물 중 상당수는 소련 인민들이 보낸 것이다. 소련 항공우주산업연구소가 브레즈네프에게 67세 생일 선물로 보낸 담뱃갑엔 소련이 개발한 핵탄두 모형이 장식돼 있다. 우크라이나 설탕 노동자들은 우크라이나 출신인 브레즈네프의 70세 생일에 설탕으로 그의 얼굴 모습을 빚어 선물했다. 초상 옆에는 박물관 측에서 이런 설명을 붙였다. "당시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육체 노동으로 지도자의 초상화를 직접 만드는 행위가 보편적이었다."
크렘린 박물관의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 전시회를 계획한 케임브리지대 사회인류학 니콜라이 소린차이코프 교수는 "이 전시회는 지도자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선물을 보낸 인민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물을 통해 소련 사회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