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갈등과 대립(북경으로 달린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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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동사태 불똥튈까 걱정/두개의 쿠웨이트참가 가능성/출전하더라도 상대기피등 파행 우려도/제11회 아시안게임 D­28
사상 최대의 잔치가 되리라던 북경아시아드는 뜻밖의 「중동 암초」에 걸려들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원한 전진」을 캐치프레이즈로 51년 뉴델리에서 첫 성화를 피워올렸던 아시아드는 지금까지 정치ㆍ종교의 격랑에 휩쓸리며 반목과 대립의 역사로 점철됐다.
중국이 74년 테헤란대회에 첫 출전한 이후 16년만에 북경에 유치된 아시아드는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에 따른 중동 위기로 「단결ㆍ우의」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최대 난관에 직면한 것이다.
미군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병과 다국적군 조직등 중동사태는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으며 아랍권 내부에서도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북경대회가 또 다시 파행운영으로 전락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도 이번 중동사태가 또 북경대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북경아시안게임대회조직위원회(BAGOC)측에 최종 엔트리 연기를 요청,BAGOC측은 22일로 예정됐던 마감시한을 9월초순으로 연기했다.
이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돌연한 연기요청은 반이라크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북경대회에 불참,그 책임을 이라크에 전가하여 국제적으로 이라크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는 BAGOC측은 이라크와 쿠웨이트팀이 이번 대회에 모두 출전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경우 중동사태에 관련된 국가대표들간에 대전거부등 충돌이 있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관련,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망명 쿠웨이트정부,이라크 영향력하에 있는 쿠웨이트괴뢰정부의 선수단이 동시에 북경대회에 참가하는 문제다.
또 하나 이라크와 쿠웨이트괴뢰정부의 합동선수단의 출전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라크는 북경주재이라크대사관을 통해 지금까지 출전사상 최대규모인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망명 쿠웨이트정부도 북경주재대사관을 통해 당초 예정대로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대사관측은 쿠웨이트 축구팀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전 해외전지훈련을 떠나 현재 외국에 머무르고 있는데 축구팀이 쿠웨이트망명정부를 대표해 북경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면서 전쟁발발에 따른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쿠웨이트국기를 드는 기수만이라도 보내겠다는 강력한 출전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자국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별개의 쿠웨이트팀을 출전시키거나 쿠웨이트합병이후 이라크ㆍ쿠웨이트합동선수단을 북경대회에 출전시킬것이 확실시 돼 북경대회는 아랍권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이 두개의 쿠웨이트팀이 북경대회에 참가할 경우 아랍권을 비롯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들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회원국들간에도 심한 반목과 분열을 드러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BAGOC측은 쿠웨이트팀이 양분될 경우 합법성 여부를 가릴 OCA총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IOC는 쿠웨이트망명정부의 선수단출전을 지지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와관련,엔트리마감 연기를 요청한바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의 긴장상태가 지속되거나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라크의 대회참가에 반발,대회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고 아랍권의 OCA회원 13개국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집트ㆍ시리아ㆍ이란ㆍ아랍에미리트ㆍ오만ㆍ카타르등 8개국의 무더기 대회보이콧을 가져올수도 있다.
설사 이라크선수단과 망명쿠웨이트정부를 지지하는 아랍권국가들의 선수단이 정상적으로 대회에 참가한다해도 서로 경기를 회피하는 부분적 보이콧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함께 중국이 OCA총회의 결정에 관계없이 망명쿠웨이트팀의 개별참가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거나 이라크가 망명쿠웨이트팀의 출전을 노골적으로 방해할 경우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 IOC의 지원사격을 받고있는 망명쿠웨이트팀이 중국의 제지를 받을 경우 중국과 IOC간의 극심한 알력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 62년 제4회 자카르타대회때 이스라엘과 대만의 초청을 거부한 개최국 인도네시아 올림픽위원회가 IOC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당해 결국 인도네시아주도의 신생국경기대회(GANEFO)창설이란 결과를 낳아 국제스프츠계가 극심한 혼란과 분열에 빠졌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다.
아무튼 중동사태가 무력충돌로 비화될 경우는 물론 현재와 같은 긴장상태가 계속되면 그 불똥이 아시안게임에까지 번질것은 확실하다. 결국 OCA나 중국,그리고 아랍권 스스로 불참이나 경기거부의 사태를 얼마나 최소로 줄이느냐가 베이징아시아드의 성공과 실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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