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방송가-「10대 PD」 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워싱턴시의 몇몇 TV프로그램이 기획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에 의해 모두 제작돼 화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 WRC-TV의 카메라맨 해리 데이비스씨 (40)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에 부응하고 비디오 프로그램 내용을 실생활에 가깝게 하기 위해 청소년만을 위한 스튜디오를 별도로 만들어 제작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브로드 캐스트 팩토리」라고 불리는 이 작은 스튜디오에서 11∼16세의 청소년들이 토크 쇼, 음악 비디오, 스포츠, 음악회, 결혼식 등의 안내프로 등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청소년들의 프러덕션은 한 유선 TV에 매일 저녁 4시간씩 고정 프로를 공급하고 있으며 여타 유선방송 광고 회사와 공중파 방송사에서도 프로그램 의뢰가 밀려오고 있다.
데이비스씨가 당초 청소년들의 비디오프로 제작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자신의 제작기술을 전수시키기 위해 만든 이 프러덕션이 이제 정규 프로를 만드는 제작사로 자리잡아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WRC-TV는 이 프러덕션에 다량의 방송 기재를 희사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28명의 10대 방송 제작자들은 시 당국으로부터 시간당 3.85달러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방송 제작 현장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키 위해 처음 조성됐던 이곳은 비디오프로 제작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직접 모든 것을 가르치는 곳이 됐다.
이 프러덕션에 참여하려면 연령에 관계없이 3단계 교육 과정에만 충실하면 된다. 강의는 무료.
먼저 TV프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제작자의 움직임이 어떻게 TV화면으로 옮겨지는가를 살펴보는 견학 위주의 교육 프로.
데이비스씨는 『이것으로 단지 보여주기만 하려 했다』면서 『기획과 구성까지 청소년들이 훌륭히 해낼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고 놀라고 있다.
비디오 제작 과정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은 곧 기획과 구성을 하는 정기적인 워크숍에 참여하고 마지막으로 촬영·구성·감독·편집 등 자기가 맡고 싶어하는 분야에서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느새 비디오프로 제작 전문가가 되고 만다.
수많은 기예가 복합된 방송 제작에서 청소년들이 배우는 것은 단순히 방송기재 조작기술차원을 훨씬 넘고 있다.
토크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사전에 이슈가 되는 인물을 섭외하고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마련하는 등 벌써부터 쇼 비즈니스 활동을 대견스럽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학교 방송을 위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는 것은 학교 공부와도 직접 결부되는 것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