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위협속 늘어나는 이라크 철수 인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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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국인 2만 “일요일 엑서더스”/암만에서 배명복특파원 4신/거의 육로로… 한국인도 1백21명/요르단선 “이라크 어린이에 우유 보내자”운동
이라크 선박에 대한 미국의 무력시위로 페르시아만 전체에 극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하룻동안에만 2만명의 외국인이 이라크국경을 넘어 요르단으로 철수하는 등 필사적인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유조선 2척에 대한 미국함정의 위협용 함포사격을 「전쟁행위」로 규정하고,이라크정부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남아있는 미국등 서방인질을 「인간방패」로 삼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함에 따라 18일째를 맞고 있는 페르시아만 사태는 막다른 골목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최악의 사태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19일 하룻동안 약 2만명의 외국인이 이라크국경을 넘어 요르단의 루웨이시드 국경 검문소를 빠져나가 이번 사태발생 이후 하루 통과인원으로 최고를 기록.
이 검문소의 최고책임자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난 2일 이후 약 17만명이 이곳을 통과해 요르단에 입국했다』고 밝히고 『19일 하룻동안 이곳을 통과한 한국인은 1백21명』이라고 전언.
이곳을 통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외국인 가운데는 미국인 53명을 비롯,▲영국인 38명 ▲서독인 24명 ▲캐나다인 1백21명 ▲스페인인 57명 등 미국 및 서방국적의 외국인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은 대부분 서방국적과 아랍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2중 국적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곳을 통과한 외국인 가운데는 ▲소련(2백62명) ▲유고(5백62명) ▲체코(35명) 등 동구국적의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외국인들의 무사귀국을 위한 각국의 외교적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특별기 2편을 비롯한 모두 77편의 특별기가 암만공항을 운항할 예정.
이에 따라 요르단 민항청 당국은 운항스케줄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데 한꺼번에 많은 여객기가 몰려 현장급유가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연료를 갖고 공항에 착륙하도록 당부.
이와 함께 요르단 당국은 이집트ㆍ인도 등 철수인원수가 워낙 많고 지리적으로 선박이용이 용이한 일부 외국인에 대해서는 해당국가와 협의,화물용 트럭이나 버스 등을 이용,국경에서 곧바로 요르단 남단의 아카바항으로 철수인원을 수송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유일한 물자보급 창구가 되고 있는 요르단의 아카바항에 대한 미국의 봉쇄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보내자는 운동이 요르단내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요르단 자원봉사회 총연맹은 19일 요르단내 각 일간지에 게재한 호소문을 통해 세계각국의 비인도적 조치로 이라크 어린이들이 우유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국제어린이보호헌장에 의거,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보내자고 호소.
미국의 아카바항 봉쇄압력 이후 요르단과 이라크를 잇는 육로를 통한 물동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르단국경 검문소측에 따르면 얼마전까지만해도 하루 4백∼5백대에 달하던 이라크행 화물차량 통과대수가 19일에는 2백대 수준으로 줄었다고 지적.
○…요르단주재 이라크 대사관은 19일자로 모든 외국인의 이라크 입국이 금지됐다고 밝히고 다만 쿠웨이트나 이라크에 상시 거주지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이 허용된다고 강조.
하루에 한편씩 바그다드∼암만간 여객기 운항을 재개한 이라크 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 여객기 운항은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외국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 운항이 정상화됐다는 뜻은 아니다』고 지적,이 여객기 운항이 잠정적임을 시사.
한편 지난 18일 재개된 이 노선으로 철수하려던 이라크주재 삼성종합건설 근로자들은 자리확보에 실패,결국 육로를 이용해 요르단으로 철수했다.
○…암만주재 한국대사관ㆍKOTRA,그리고 주재상사들은 지난 14일부터 「이라크ㆍ쿠웨이트 교민 철수대책위원회」를 구성,교민들의 철수 및 무사귀국에 차질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
대사관측은 『현재까지는 이라크가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우호적이어서 순조로웠으며 앞으로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만일의 사태도 있는 만큼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가 페르시아만 위기해결을 위해 흥정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1만명이 넘는 현지거주 서구인들 가운데 어린이들의 숫자는 수백명선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숫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의 정확한 숫자가 알려진 것은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로 프랑스 어린이는 쿠웨이트에 58명,이라크에 19명이 각각 있으며 일본 어린이는 쿠웨이트와 이라크에 54명과 10명이 각각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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