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에 이색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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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뒤집힌 자동차 모양의 그네(사진위)와 거꾸로 선 집 모양의 놀이대가 들어선 아파트 놀이터. 김성룡 기자

거꾸로 놀이터의 안내판은 어린이가 물구나무 선 모습이다.

거꾸로 뒤집힌 집 모양의 놀이대, 거꾸로 뒤집힌 자동차 모양의 그네, 역시 거꾸로 된 찻잔 모양의 의자….

천편일률적인 놀이터를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놀이기구를 거꾸로 만든 놀이터가 27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힐스테이트 아파트(옛 현대아파트) 단지에서 완공식을 한다. 130평 규모의 이 놀이터는 뒤집어 이야기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0여 개의 놀이기구는 똑바로 서 있는 여느 놀이터의 것과 구분된다. 놀이기구 이용방법을 설명하는 안내간판도 어린이가 물구나무를 한 모양이다.

'거꾸로 놀이터'는 서울문화재단이 지난해 미술.건축.환경조각 분야 전문가와 미대 교수, 아동 연구가 등과 공동 개발한 7개의 놀이터 모델 가운데 하나다. 아파트마다 큰 차이가 없는 놀이터를 일상 속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문화가 있는 놀이터' 사업의 첫 번째 결실이다. 문화재단이 아이디어를 내고, 현대건설이 이를 바탕으로 놀이터를 만들었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4년 서울시가 설립한 문화재단이다.

현대건설 유송영 차장은 "유아교육 전문가는 물론이고 인근 아파트 거주자들이 놀이터를 구경하기 위해 공사장을 찾아왔다"며 "방문 요청을 일일이 거절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김영호 문화사업팀장은 "거꾸로 놀이터는 단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예술과 교육 기능을 겸비한 놀이터를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놀이터에서 작은 문화공연을 여는 등 놀이터를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단은 서울 시내에서 건설되는 아파트에 '거꾸로 놀이터' 모델을 응용해 놀이터를 만들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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