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 5명 이라크 출국/대치상태로 접어든 중동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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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차례 검문받고 요르단 입국/이라크 “식품암거래 처형” 경고
중동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라크는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내핍을 「강요」하는 한편 식료품 밀매행위는 처형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미군의 사우디파견 규모가 확대되면서 아랍권내 일부에서는 반미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부시의 파병결정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인들 모두 무사”
○…이라크가 자국거주 외국인들의 출국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바그다드 남쪽 1백㎞ 지점인 알 무사이브에서 발전소 건설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직원 5명이 이라크체류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라크를 탈출,12일 새벽 요르단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양성덕과장(36)을 비롯,윤정영(31)ㆍ김인국(29)ㆍ강대만(30)ㆍ강대운(45)씨 등 5명은 현재 암만의 예루살렘호텔에 체류중인데 양과장은 전화회견을 통해 『이라크내 한국인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양과장은 탈출경로에 대해 지난 6일 요르단 입국비자를 받은뒤 11일 오전 6시25분쯤 바그다드에서 요르단행 고속버스를 탔으며,바그다드에서 요르단국경까지 오는동안 완전무장한 군인들로부터 검문을 많이 받았으나 입국비자가 있어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설명.
○구미인은 출국 금지
○…10,11일 이틀동안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발이 묶여있던 서방인 가운데 35명 이상이 버스편으로 국경을 넘어 요르단에 입국하거나 야음을 틈타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으로 탈출했다.
요르단의 한 미외교관은 11일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11명과 소녀 1명 등 미국인 12명,서독인 5명이 버스편으로 요르단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로부터 1천50㎞에 달하는 여행끝에 요르단에 입국한 이 10세 소녀는 혼자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에서 인도로 가던 도중 중간 기착지인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병사들에게 체포돼 바그다드로 이송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ㆍ남미ㆍ소련인에 대해 요르단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외교관이 아닌 미국인과 서유럽인에 대해서는 출국을 금지해왔다.
○콜라 주고 위기넘겨
○…쿠웨이트를 탈출,지난 9일 워싱턴에 도착한 한 미국인은 콜라 한 캔을 검문하던 이라크병사에게 주고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국가대표 수영팀의 코치로 일해온 스티브 베츠는 쿠웨이트를 탈출하던 도중 쿠웨이트시에서 1백35㎞쯤 떨어진 지점에 이르렀을때 이라크 군인들의 검문을 받았으나 콜라 한 캔을 주고 위기를 넘길수 있었다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라크는 11일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한 외국의 경제제재를 버텨내기 위한 조치로 암시장에서 식료품을 매매하다 적발되는 사람들은 처형당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경고.
후세인대통령은 『거래를 목적으로 식료품공급을 조작하는 어떠한 행위도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범죄나 파괴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
이어 후세인은 12일 이라크 여성들에게 서방의 대이라크 경제제재와 점증하는 전쟁위협에 맞서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통해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서방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지하드(성전)에 동참할 것을 촉구.
○조종사 둘 사우디 망명
○…이라크 비행조종사 2명이 9일 탈영,사우디 영내에 착륙했다고 미국의 한 정통한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한편 이라크의 반정부세력인 쿠르드인들은 이라크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등을 돌리고 대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고 쿠르드들인의 한 지도자가 지난 8일 파리에서 밝혔다.
○정찰기 공격은 오보
○…11일 오후 이라크군 정찰기 2대가 사우디아라비아국경을 넘어 정찰활동중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이에 지대공미사일을 발사,도주했다는 급보가 외교소식통을 통해 전해짐으로써 드디어 전투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전세계가 긴장했으나 결과는 오보로 판명.<외신 종합>
○미국민,장기파병 불안
○…미국인 절대다수는 부시 대통령의 사우디 파병을 지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장기개입이나 장기주둔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미 뉴욕 타임스 조사결과 12일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에 76%가,사우디파병에 66%가 지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사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파병결정이 너무 빨랐다고 보는 사람이 40%,파병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미국인은 41%나 됐다.
한편 이번 미군파병이 중동에서의 미국의 장기전 개입으로 이끌 가능성에 대해선 19%만이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고 40%가 약간의 가능성,35%는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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