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아프리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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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의 '아프리카 껴안기 외교'가 다음달 초 절정에 이른다. 1일부터 닷새 동안 48개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급 인사가 베이징(北京)에 모여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연다. 중국-이집트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아프리카 전체 53개국 가운데 5개국을 뺀 모든 나라의 정상급이 베이징에 모이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국의 쉬징후(許鏡湖) 국장은 중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다음달 1~2일은 고위급, 3일은 장관급, 그리고 4일부터 이틀간은 정상회담을 차례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단연 에너지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 특히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대신, 아프리카의 농업 등 경제와 의료를 비롯한 생활 개선 분야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부채 탕감과 무관세 조치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하루 77만1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미국도 아프리카에서 하루 240만 배럴의 석유를 가져가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양을 웃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가 중국의 안마당이 될지도 모른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의 발전은 아프리카에 세 가지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 가지 이익 가운데 첫째가 아프리카의 수출 확대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량은 398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의 수출량은 211억 달러다. 탕 위원은 이를 들어 서방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국의 아프리카 착취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아프리카인의 취업 기회 확충이다. 현재 중국에는 1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하는 아시아 국가 출신 노동자의 두 배를 넘는 숫자다. 셋째는 각종 지원이다. 탕 위원은 "중국은 현재 49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720여 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6개 아프리카 국가에 58건의 우호성 차관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 일본도 아프리카 접근 가속=일본은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 참석하는 자카야 키크웨데 탄자니아 대통령 등 9개국 정상 또는 외무장관을 자국에 초청했다.

또 이달 말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상 또는 외무장관을 잇따라 초청해 회담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실패 원인의 하나로 대아프리카 외교의 부재를 든다. 중국은 아프리카 53개국 45국에 대사관을 열고 있지만 일본은 24개국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11개국은 중국 주재 대사가 일본 주재를 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소 다로(生太郞) 일본 외상은 이달 중순 국회에서 "아프리카에서 일본은 중국의 지점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같은 인식 아래 일본 외무성은 아프리카 지역의 대사관 증설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으며, 내년도에 10개 지역에 새롭게 공관을 개설하기 위한 예산 편성을 재무성에 요구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이번에 초청한 9개국 가운데 8개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도쿄= 진세근.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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