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 춤파문 … 성난 민심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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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정국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표출됐다. 10.25 재.보궐 선거는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국회의원(2).기초단체장(4).광역의원(1).기초의원(2)을 통틀어 모두 9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 발표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4.1%다. '7.26 재.보선'의 24.8%보다 9.3%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소규모였지만 수도권.충청.전남.경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치러져 전국적 민심이 드러났다. 결국 '5.31 지방선거' 이후 전국 민심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선거였다.

여당의 참패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선거 직전 불거진 북한 핵실험과 그에 대한 정부.열린우리당의 대응이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핵실험 이후 열린우리당은 '미국 책임론'을 먼저 제기했다. 김근태 의장은 당내 반대까지 무릅쓰며 개성공단을 방문했다가 '춤 파문'에 휘말렸다. 이런 여당의 태도에 화난 유권자가 투표장에 많이 나가 투표율이 올랐고, 열린우리당이 영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희대 국제지역학부(정치학 전공) 김민전 교수는 "북핵 사태가 급박해진 이후에도 여당은 포용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이런 여당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 위기 속에서도 정계개편 등 정략적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여당 지지자들의 표 이탈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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