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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쿠웨이트서 물러서지 않는다(해외논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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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과 충돌 가능성/철군할 경우 국내기반도 무너져/이라크군부ㆍ측근들 등돌릴 위험/로버트 모스너 영 파이낸셜타임스지 기자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저돌적이며 국내 정치장악 필요로 인한 강격자세와 미국등 서방국가와 중동 인접국가들의 후세인의 패권주의 거부는 필연적으로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국제담당 로버트 모스너기자가 주장했다. 다음은 모스너기자의 쿠웨이트사태 전망 기고문 요약이다.<편집자주>
후세인의 명령을 받은 강력한 이라크군의 군사적인 면에서 취약하기 짝이 없는 쿠웨이트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지금까지 서방국가들과 소련은 기본적으로 유럽중심의 외교ㆍ군사정책을 펴 왔다. 군축문제에 있어서도 유럽의 군비축소만이 문제였지 중동은 논외라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그같은 태도가 크게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 철수ㆍ앙골라로부터의 쿠바군 철수 그리고 니카라과문제의 정치적 해결에도 불구,국지전은 언제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이에 대처하기 위해 초강대국들은 물론 기타 국가들도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번 사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병력및 장비부족은 분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병력및 장비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투입하는 문제다. 더구나 상대는 8년동안의 이란­이라크전에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춘 세계 5위 규모의 1백만 병력을 자랑하는 이라크군이다.
이같은 취약점은 미국이 그동안 잘못 이끌어온 대중동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아랍국가들,심지어 미국에 가장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도 지상군용 군사기지를 설치ㆍ운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랍국가들이 미국을 돕는다는 것이 이스라엘을 거들고 선동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후세인대통령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되었다. 아랍국가들이 후세인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그들의 공동의 적,이스라엘과의 싸움에 있어 아랍최강이라는 점을 틀림없이 알고 있다.
때문에 그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음에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한 대부분의 아랍 제국들의 용인을 받게될 것이다.
사실 후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후세인이 이라크군의 즉각적ㆍ무조건적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안보리의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아랍세계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로서의 그의 이미지는 무너진다.
게다가 똑같은 상황이 이라크 국내에도 일어날 것이다. 이라크군과 그의 측근자들도 후세인의 모험주의가 이라크호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를 밖으로 밀어내고 싶어할 것이다.
쿠웨이트가 석유와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후세인이 쿠웨이트라는 월계수 정도로 만족하리라고 볼 수는 없다.
그의 성격,과다한 부채를 짊어진 이라크경제의 욕구,범아랍주의라는 그의 정책논리 등 때문에 조만간 후세인이 또 다른 침략에 나서게될지도 모른다.
세계 2위의 석유생산국이자.최대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분명히 그 첫번째 목표다.
후세인이 그같은 운명적인 발걸음을 내딛게되면 그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쟁은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미소 양국의 공동보조가 낳은 가장 직접적인 결과가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안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제재안의 효과는 매우 회의적이다.
경제제재안은 대부분의 경우 참가국들의 이탈로 누수현상을 빚기 십상이며 따라서 의도한 바와 같이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석유에만 의존하는 「단일상품경제」를 유지해온 이라크는 경제제재안이 가져올 충격을 보다 빨리 받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이라크는 대이란 전쟁결과로 경제구조가 극히 악화돼 있기 때문에 경제제재안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이 세계여론에 굴복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압력에 굴복,쿠웨이트에서 순순히 철수할 경우 자칫 국내기반을 잃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들도 이라크에 대한 장기제재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아랍권내에서의 후세인의 위치가 더욱 공고하게 될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형국이다.
다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지간에 후세인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후세인은 그의 저돌적 성격과 국내정치적 위기의식으로 최악의 경우 전면전을 벌여서라도 중동전체를 함께 불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아랍통합의 꿈은 산산이 깨지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계의 노력도 포말로 부서질 가능성이 크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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