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공과 인종의 벽을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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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리미엄이 독자 100명을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시사회에 초대한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는 출품작 245편이 거의 매진되는 성황을 이뤘다. 프리미엄은 그 중 특히 관심을 모았던 영화 2편을 골라 27, 28일 오후 8시 400석 규모의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하루 한편씩 상영한다. 영화 1편마다 독자 25명을 뽑아 1인 2매씩 초대권을 준다. 프리미엄 홈페이지(www.jjlife.com)에서 24, 25일 이틀간 응모받는다. 응모자는 두편 중 한편을 고르고, 영화 줄거리를 읽고 난 소감을 200자 내외로 적어보내야 한다. 당첨자는 26일 온라인 및 문자메시지로 개별 통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애호인들 축제 한마당이었다. 프리미엄은 멀티플렉스 (주)씨너스 협찬으로 독자 5명을 뽑아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영화제 나들이 참관단을 보냈다. 이번 영화제 나들이는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영화제 속의 영화제' 행사 일환으로 진행됐다. 성남문화재단은 올 5월부터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제 체험단(6명)을 5차례 파견했고, 해당 영화제의 화제작 두편을 매번 상영했다. 참관단은 하루 두세편 영화를 함께 보고, 밤새워 토론하고, 배우·감독과 대화하는 등 '영화제 100배 즐기기'를 체험했다.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27일 화제작 상영때 공개). 이 영화제 나들이에 참여했던 독자 심규영(32·회사원)씨의 체험기를 싣는다.

#부산국제영화제 나들이 체험기
◇심규영(32.서울 중구 다동·회사원)
행운은 갑자기 찾아왔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의 '부산국제영화제 나들이 이벤트' 당첨을 알리는 이메일을 본 순간, 다리가 저려오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 영화제였던가.

나는 일주일에 영화 한편이상 꼭 보는 영화 매니어다. 처음 직장 문을 두드렸던 곳도 영화사였고 영화 동아리에도 여러번 기웃거렸다. 그러나 아직껏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뜻 갈 용기는 내지 못했다. 그 기회를 중앙일보가 준 것이다.

부산 가는 고속열차에 오른 건 13일 오전 10시. 평소 등만 대면 자는 나였지만 정신이 또렷했다. 부산가는 내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서른 살이 넘은 회사원이 휴가까지 내며 달려간 부산영화제. "잘 왔구나." 플랫폼에 내려서자마자 세계적 영화제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제 가이드를 나누어 주는 자원봉사자, 역 광장에 나부끼는 영화제 깃발…. 바닷바람마저 이방인을 감싸며 영화제를 알리는 듯했다.

나는 영화를 즐겨보고 영화 자료를 뒤적거리기도 하지만 흥행작에만 관심이 있을 뿐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찾아서 본 적은 없다. 이번 나들이단엔 영화공부를 하거나 관련업계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약간 주눅든 게 사실이었다. "나도 예술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같은 불안함은 사라졌다. 내가 이해못할 '어려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 없었다. 알듯 모를 듯한 영상으로 덧칠한 영화도 없었고, 전문가들만 눈치챌 영화적 장치를 숨겨놓은 영화도 없었다.

어머니들의 일상을 다시 한번 생각게하는 홍콩의 '엄마는 벨리댄서', 식스센스보다 반전이 돋보이는 베트남의 '빠오이야기', 유머감이 뛰어나 다시 보고 싶은 덴마크의 'IT의 황제', 재미와 완성도가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태국의 3D 애니메이션 '칸 쿠웨이', 주인공들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던 한국의 '경의선', 한국·우크라이나·캐나다 등 세 나라의 이야기를 가족사로 풀어낸 캐나다의 '참된 허상'.

재미를 넘은 감동, 솔직한 터치가 뛰어난 아름다운 영화들이었다. 시공과 인종의 벽을 넘어 심금을 울리는 이런 영화들이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제는 영화애호인들 축제였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큰 박수로 출연자 및 제작자를 격려했다. 관객과 영화 관계자의 질문과 대답엔 영화 사랑이 물씬 배어있었다. 감독·배우 및 관객, 삼위일체를 이룬 축제 한마당이었다.

#성남아트센터 '영화제속의 영화제' 27, 28일 상영작
▶27일 오후8시/ '사랑은 이긴다' (Love Conquers All)
제작국 : 말레이시아(2006년)
감독 : 탄 추이무이
상영시간 : 90분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미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인다. 페낭에서 콸라룸푸르로 온 아펭은 이모의 자그마한 식당에서 일하면서, 두고 온 남자 애인과의 전화 통화로 외로움을 달랜다. 그런데 존과 사귀게 되면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감독은 그녀의 복잡한 심리를 쫓아간다.

그녀는 존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후에도 그 앞에서 페낭의 애인에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사랑은 외로움을 달래는 한 방편이었을까. 감독은 영화 곳곳에 아펭의 외로움을 담아낸다. 오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아펭의 무표정한 모습이 호소력 있다. 영화 속엔 조카 아이의 뭔지 모를 기다림도 있다. 아펭의 외로움과 대비된다. 여성감독 탄 추이무이 데뷔작.

▶28일 오후8시/ '다시 사랑한다면' (Before We Fall in Love Again)
제작국 : 홍콩·말레이시아(2006년)
감독 : 제임스 리
상영시간 : 99분

절대적인 사랑은 존재할까. 믿는 사람에게는 존재하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랑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만나 사랑하게 된다면?

이 영화는 절대적인 사랑이 한낱 꿈이거나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심성 자체가 복잡다단하며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 링유에를 찾고 있는 창에게 그녀의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통이 나타난다. 창과 통은 링유에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함께 그녀를 찾아 나선다. 둘은 링유에가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나를 사랑하냐"고 물었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이는 그녀가 왜 사라졌는지에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1년후 우연히 다시 만난 창과 통. 그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덧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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