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찜통더위 피서인파 5백만 대 이동(뉴스 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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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속도도 만원… 하루 익사 33명까지/구로공단 집단휴가로 가동중단 62%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몰려온 찜통더위로 전국이 몸살을 앓은 한 주였다.
중부지방에서 지난 6월18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6월19일 남부지방까지 확산된 후 지겹게 계속됐다.
그토록 지겹게 꼬리를 끌던 장마가 남부지방에서는 지난달 20일 32일만에,중부지방은 지난달 26일 39일만에 물러갔다.
이에 따라 중앙기상대는 지난달 27일 공식적으로 장마종료 통보를 발표하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를 내보냈다.
그러면서도 기상대는 3∼4일께 소나기가 내려 한차례 무더위를 식혀줄 것이라고 희망적인 예보를 했다.
그러나 장마가 갠 다음날부터 35∼36도를 넘는 혹서가 전국을 몰아치더니 급기야 1일에는 전남 장흥지방의 낮최고기온을 38도까지 끌어 올려 86년 8월10일 영천의 38.5도 기록이후 6년만에 가장 뜨거운 날씨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같은 무더위속에 오랜 장마후 첫 휴일이었던 지난달 29일에는 전국에서 5백여만명의 안파를 산과 강ㆍ바다로 끌어냈고 이중 서울에서만도 줄잡아 1백만명 이상이 더위를 피해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때문에 일요일인 이날 하룻동안 전국에서 33명이 무더위를 피하려다 익사하는 참변을 당했고,충북 청원군에서는 공사장 인부가 무더위로 탈진,숨지기도 했다.
또 경남에서는 농부 2명이 김을 매다 지열에 쓰러져 목숨을 잃기까지 해 「살인더위」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일 지열을 더욱 뜨겁게 달구며 맹위를 떨친 무더위는 밤에도 30도 가까운 열대야 현상을 몰고와 전력사용량ㆍ수도물 사용량이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해갔다.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잇따른 염재를 불러와 닭과 돼지가 열사병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냉방기나 냉장고의 과열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무더위속에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증세의 불명열환자가 속출,서울 위생병원에만도 하루 평균 2백여명이 찾아들었고,서울 강서병원에는 두통ㆍ고열ㆍ구토증세를 일으키는 신종어린이 감기환자가 매일 30여명씩 몰려들었다.
대지를 온통 녹일듯 기승을 부린 유례를 찾기 힘들정도의 폭염은 생산공장의 기계소리마저 멎게했다.
서울 구로공단 입주업체 6백54곳중 62.5%인 4백3곳이 1일부터 10일사이 가동을 중단하고 6만여명의 근로자에게 3∼5일간씩의 집단휴가를 주었다.
또 부산 국제상사 근로자 8천5백명을 비롯,사상공단 입주업체 2천5백여곳중 일부등 부산지역 대부분의 제조업체도 같은기간 피서휴업에 들어갔다.
폭염피해는 날이 갈수록 더욱 확산돼 결실을 앞둔 과일들이 불볕더위에 껍질들이 갈라터져 못쓰게 되는 일소현상까지 불러들였고 바닷물 속의 유기물질 분해가 활발해져 산소 부족현상이 나타나 연근해 어장 양식장 어패류가 집단 폐사할 위기까지 맞고 있다.
산과 바다를 찾는 피서객들의 차량으로 전국의 고속도로는 추석ㆍ설날때보다 더 큰 정체현상을 빚어 주차장으로 변해버리기도 했다. 피서가 피크를 이룬 주말인 4일 경부ㆍ중부ㆍ영동고속도로에는 명절 민족대이동 때를 훨씬 초과하는 20만대의 차량이 밀려 피서 고행길을 빚었다.
얼음ㆍ청량음료등도 불티나게 팔렸고 전북에서는 고기잡이배들이 얼음을 못구해 출어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8일의 입추가 들어 있는 이번 주는 기상대 예보로 한두차례 곳에따라 소나기가 예상,무덥고 짜증스런 폭염도 서서히 기가 꺾이고 13일 말복을 고비로 예년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석인호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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