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추상 회화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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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젊은 전각가이자 서예가인 부농 민홍규씨 (36)가 서예의 추상회화화를 시도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모아 첫 개인전을 마련한다. 8∼14일 백송 화랑 (730)5824.
민씨는 이 전시회를 통해 서예와 한국화라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서화동원」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실험을 LAP예술이라고 명명했다. LAP는 Line and Point의 앞 문자를 따서 줄인 말.
문자의 기본 성격인 선과 점을 회화적 조형으로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의 출품작들은 두가지 계열로 나뉜다. 하나는 운필의 속도감을 살린 추상적 수묵화이며 또 하나는 상형문자를 보는 듯 한 문자 선묘의 조형들이다.
추상적 수묵화 계열의 작품들은 강렬하고 격정적인 필묵의 맛을 풍기며 문자선묘 작품들은 이와 달리 수평적이고 정리 된 조형성을 보인다.
그는 문자로서의 서예기능을 완전히 탈피한 자신의 작품들에 모두 『원형』이란 제목을 붙였다.
경남 산청 출신인 민씨는 석불 정기호씨로부터 서각을 전수 받은 후 독학으로 공부하며 전각·서예가로 활동해 왔고 학교에서 그림을 배운 경력은 없다.
서화의 틀을 넘나들려는 그의 이번 발표작들이 과연 기존 서단과 한국 화단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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