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쿠웨이트 전격 침공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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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밤기습… 5시간만에 “상황 끝”/쿠웨이트군 별다른 저항 못해/미 함정들 인근 해역으로 출동/달러화 급상승 동경주가 폭락
2일 새벽을 기해 단행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작전개시 5시간여만에 쿠웨이트 수도를 장악해버려 세계를 놀라게했다.
이라크군은 이번 침공작전에서 쿠웨이트군의 별다른 저항을 받지않았다.
그러나 미군은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영국 대사관도 불타
○…쿠웨이트의 수도에서 오전 7시25분 세차례의 큰폭발이 있었으며 뒤이어 총성과 함께 네번째 훨씬 큰 폭발이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토후의 궁전중 하나인 다스만궁 주변에서 간헐적으로 총성이 울렸으며 앰뷸런스 두대가 달려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무장한 군인을 실은 트럭들이 왕궁쪽으로 몰려가는 것도 목격됐으며 주변도로는 군인과 경찰에 의해 차단됐다.
한편 현지 외교관들은 쿠웨이트주재 영국 대사관이 불탔다고 전했다.
이라크수도 바그다드 관영방송들은 군가를 방송하고 있으며 『쿠웨이트에서의 혁명을 축하한다』는 구호가 사이사이에 방송되고 있다.
○라디오는 방송중단
○…전복직전의 쿠웨이트정부는 2일 이라크군이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 국경 초소 몇개소를 점령했다고 발표.
쿠웨이트 라디오방송은 이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이같은 내용의 쿠웨이트 국방부 성명을 전했다. 성명은 이라크가 대화보다는 무력을 사용한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라크가 지난 몇주간 양국분쟁의 중재를 해온 아랍국가들에 무력을 사용치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쿠웨이트정부는 이라크에 대해 이같은 무책임한 행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며 『쿠웨이트는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웨이트 라디오는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이라크군이 오전 2시쯤 북부국경지역을 침범해 쿠웨이트 일부지역을 점령했다』며 『쿠웨이트는 이라크와의 협상에 동의했으나 이라크는 군을 이용,아랍영역을 침공했다』고 주장한뒤 『우리는 이라크가 즉각 침공을 멈추고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침부터 포성울려
○…이라크 접경지역으로부터 1백80㎞ 떨어진 쿠웨이트 수도에는 이날 아침 일찍 포ㆍ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쿠웨이트 라디오방송이 이라크군의 침공사실을 보도한 직후인 오전 6시쯤부터 방송을 중단했다.
○…샘넌 미상원군사위원회 위원장은 2일 『이라크의 침공은 걸프만지역의 긴장이 단지 긴장만이 아닌 실제의 전쟁으로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리처드 부처 미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아랍 에미리트와 공중급유훈련을 계속해왔다』며 『이라크가 아랍 에미리트도 유가인하 음모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을 유의해 걸프만의 미해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전함들은 이지역에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달 24일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9백65㎞ 떨어진 해역으로 가 「단기 비상경계」에 들어가 있다.
미해군은 지난 80∼88년에 걸친 이란­이라크 전쟁때 이라크를 지원했었다.
1일 존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는 미하원에 『미국은 쿠웨이트에 군사지원을 할 수 있는 협약의무가 없지만 미국은 이지역 모든 나라의 영토가 지켜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사실이 전해진 이날 동경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큰폭으로 상승하고 주식시장의 주가는 떨어졌다.
달러화는 이날 달러당 1백47.13엔에 개장,한때 1백46.50엔으로 떨어졌었으나 이라크 침공사실이 보도되자 1백48.15엔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편 닛케이(일경)주가 지수는 2백55.55포인트로 전날에 비해 0.82% 떨어졌다.
◇이라크­쿠웨이트간 분쟁 일지
▲7월17일=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쿠웨이트ㆍ아랍 에미리트연합(UAE)이 원유가를 하락시키고 있다고 비난.
▲7.18=이라크,쿠웨이트가 국경에서 24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채굴해갔다고 비난.
▲7.20=쿠웨이트,이란의 비난은 이란­이라크전 전비의 채권국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목적이라고 주장.
▲7.24=미국무부,페르시아만에서 UAE와 단기합동전함 이동.
▲7.25=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라크­쿠웨이트분쟁 해결위한 회담개최계획 발표.
▲7.26=OPEC 석유장관들 제네바에서 유가인상에 합의
▲7.31=쿠웨이트­이라크대표 지다에서 회담. 이라크 10만군병력쿠웨이트국경집결.
▲8.2=이라크ㆍ쿠웨이트 지다에서 회담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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