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준척들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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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개막 후 벌어진 두 경기에서 LG의 배길태(上)와 오리온스의 바비 레이저(下)가 잘 싸웠다. 기대했던 스타들인 이상민.전희철(이상 KCC)이 연달아 다치고 서장훈(삼성)은 몸이 완전치 않은 가운데 '제쳐놨던' 선수들의 분전은 '유쾌한 놀라움'이었다.

◇배길태=상무에서 지난 8월 제대했다. 상무 훈련장을 방문하면 늘 정복 차림으로 서류를 들고 바쁘게 오가는 배길태를 볼 수 있었다. 훈련은 빠지지 않았지만 스타급 선수라면 서류 심부름을 했을 리 없다. 그의 출신학교(홍익대) 농구팀은 해체됐다. 복귀한 팀이 LG가 아니었다면 십중팔구 프런트 직원이나 주무로 돌았을 것이다.

그러나 LG에는 김태환 감독이 있었고, 김감독은 무슨 임무를 맡기든 당차게 해내는 배길태가 좋았다. 배길태야말로 맘껏 해보고 안되면 은퇴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었다. 25일 모비스전에서 15득점, 26일 SK전에서 5리바운드.3어시스트를 올렸고 기용시간도 평균 19분이나 됐다.

◇레이저=지난 시즌 독일 1부리그의 밤베르크에서 여섯경기만에 퇴출됐다. 독일이 자랑하는 용병술의 대가 디르크 바워만 감독은 경기당 11.3득점.5리바운드를 올린 그를 내보내며 "그런 선수는 독일에도 많다"고 했다.

오리온스의 김진 감독은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그런 선수는 한국에 흔치 않다"며 레이저를 뽑았다. 2m의 장신에 슛과 스피드를 겸비한 레이저는 두 경기에서 평균 26.5득점.14.5리바운드를 올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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