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대기실도, 변변한 무대도 없었지만 조물주가 빚어놓은 천혜의 동굴은 그 자체가 웅장한 악기였다. 관광객 250여 명이 아직 바닷물이 채 빠지지 않은 바위 위에 앉아 무공해 선율을 즐겼다. 프라임 타악기 앙상블(리더 김상훈)의 신나는 리듬에 이어 C&C 체임버 앙상블(지휘 이동호)의 무대가 펼쳐졌다. 연주자가 동굴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곁들인 '고래들의 합창'(이동호 작곡)을 듣노라니 태풍이 불면 동굴 입구에서 고래 울음소리가 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타악기는 물론 호른.트롬본.튜바 등 저음 악기가 잘 울렸다.
무대는 조촐했으나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와 협주곡도 연주됐다. 소프라노 신지화(이화여대 교수), 테너 현행복, 베이스 박근표씨 등 제주 출신 음악인과 호른 주자 김영률(서울대 교수)씨가 함께했다.
10년째 행사를 이끌어온 현행복 동굴소리연구회 대표는"동굴 내부는 북제주군 만장굴이 가장 넓지만 어둡고 꽉 막힌 기분"이라며 "동안경굴은 바다를 향해 열려있어 공기순환이 좋고 낙석 위험도 없어 음악회 열기에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언제든 음악회를 열 수 있는 건 아니다. 동굴에 물이 빠지는 날은 보름에 하루꼴. 1년 중 10월 하순에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 음악회 날짜도 그 무렵의 물때에 맞춰 정한다.
우도(북제주군)=글.사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