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한마리 10초만에“황천행”(끔찍한밀도살 이대로 둬도 되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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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화염 램프」 맞아 비명지르며 뛰어올라/그을음은 합성세제로 닦아내/햇볕아래 탈진 시킨뒤/숨 거둘때까지 물주사
물먹인 소 도축에이어 잔혹한 방법으로 개에 물을 먹여 도살,팔아온 개도축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돼 동물잔혹행위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한국판 몬도가네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현장르포를 통해 상ㆍ중ㆍ하 시리즈로 다룬다.<편집자주>
28일 오후5시. 경기도 성남시 성남동 단대천옆 녹지대인 축사형태의 가건물.
20근은 족히 돼보이는 황구한마리가 철창속에서 20대청년의 손에 끌려 작업장으로 들어선다.
청년이 개의 목줄을 풀고 비켜서는 순간 일감에 밀려 지친 모습의 40대후반 여자가 50㎝쯤 불길을 뿜는 토치 램프를 들이댔다.
순간 시뻘건 불덩이로 변한 황구는 『캥,캥』 비명과 함께 불티를 흩뿌리며 1∼2m쯤 뛰어올랐지만 능숙한 솜씨의 집요한 화염을 피할 길이 없다.
불과 10여초만에 시커멓게 변한 황구가 선반위에 포개어졌다.
『큰놈이면 몰라도 덩치가 작은 개는 그냥 그을려요. 지금 잡은 것 한마리 넘겨야 6만원정도 받는데 시간 걸려 작업할것 있겠어요.』
27일 제보를 받고 경찰이 덮친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256 시멘트블록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은 40여평짜리 가건물의 개도축장. 얼마전까지만해도 양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경찰이 문을 박차고 들어섰을때 내부는 개를 태우면서 생긴 그을음과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김병호(40)ㆍ조용기(48)씨 등 2명이 한창 작업중이었다.
한쪽구석의 가로 3m,세로 1m의 작업대위에서 숯덩이로 변한 개를 합성세제를 묻힌 솔로 그을음을 닦아내고 시멘트 바닥에서는 도살된 개를 토막내는 작업.
바닥에는 지하수펌프에 연결된 호스관에서 힘찬 물줄기가 솟는다. 호스관끝에는 금속조각이 번득이는 길이 5㎝,지금 0.5㎝의 대형주사기 바늘.
건물안 곳곳에는 물을 먹여 온몸이 퉁퉁 부어오른 개 7마리가 널려있고 문쪽구석에는 높이 50㎝,가로ㆍ세로 60㎝크기의 철창 3개가 쌓여있다.
개에 물을 먹이는 작업은 우선 도살할 개를 철창속에 가둬 햇볕이 잘드는 곳에 7∼8시간 놓아두는 것부터 시작된다.
탈진상태에 빠진 개가 20∼30분간 충분히 물을 먹으면 목을 매달거나 정수리근처를 망치로 때려 심장만 뛰게하는 가사상태에 빠지게한다.
자칫 개가 죽게돼 심장이 멎으면 혈관에 바늘을 찔러 중량을 늘리는 물주입이 안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씨 등의 경찰진술이다.
물주입은 주로 등ㆍ심장주위의 동맥에 호스관을 찔러 심장이 뛰는한 계속 몸속에 흘러들게 하며 개가 죽는 순간까지 3∼5분간 계속된다.
이같은 방법으로 도살하면 개의 무게가 4∼8㎏까지 는다는 것.
급습당시 도축장에는 높이 2m가 넘는 대형냉장고가 있었고 이 속에는 물먹여 도축한 30여마리의 개와 고양이ㆍ염소ㆍ소까지 들어있었다.
7월까지 1만8천마리의 개를 도축,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조씨 등은 『보신탕집 주인들이 직접 산 개를 가져와 물을 먹여 도살해달라고 의뢰한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개에 물을 먹여 도살하는 것은 개도축업자들 사이에서는 예외적인 일이지만 업자들이 사용하는 개도축방법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
목을 매달거나 몽둥이,그리고 감전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다.
소비자가 직접 골라 잡을 때는 주로 목을 매단다. 이때 아드레날린이 급격히 분비돼 육질이 좋고 강장에 특효라는 속설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몽둥이로 인중을 때려 즉사시키거나 2백20V 전극을 입에 물려 감전사시켜 작업시간을 줄인다. 걸리는 시간은 5∼10초. 이렇게 개를 도살한뒤 고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불티」와 「물티」로 나뉜다.
대게 황구가 「물티」 대상으로 도살한다음 피를 빼고나서 부위별로 고기를 발라내 끓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황구가 드물어 대부분 「불티」로 처리된다. LP가스를 이용한 토지 램프로 그을려 털을 태운다.
이때 운동량이 적은 비육견의 껍질이 오그라들어 쫄깃한 맛을 낸다고 해서다.
반면 피를 빼지않아 신경조직에 피가 배는 것이 약점이라는 도축업자들의 설명이다.<박종권ㆍ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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