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측 능력 국감서 도마에 올라 "GDP 전망 2.6%P나 틀린 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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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의 경제분석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주요 경제지표 전망이 몇 차례 빗나간 데다 처음 발표한 속보치와 나중에 내놓은 확정치 사이에 오차도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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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 심상정(민주노동당) 의원은 22일 한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5년간 한은이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예측치가 실제와는 0.5~2.6%포인트의 오차가 나는 등 각종 경제 전망치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3년 성장률의 경우 실적치(3.1%)가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급락했지만 한은은 5.7%를 예측해 2.6%포인트나 빗나갔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또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이 물가 전망도 정확히 예측 못 한다"며 "매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실제 수치 간에 0.2 ~0.7%포인트의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부정확한 경상수지 관측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말엔 올해 경상수지를 160억 달러 흑자로 내다봤다가 100억 달러 흑자(올 초)→40억 달러 흑자(7월)→균형(최근) 등으로 계속 말 바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재경위 이혜훈(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한은이 매 분기 마감 뒤 발표하는 GDP 속보치가 실제 수치와 괴리가 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05년 2분기부터 2006년 2분기까지 총 13개 부문에 걸친 한은의 GDP 산업별 성장률 수치 중 8개 이상이 속보치와 잠정치 간에 0.3%포인트 이상의 오차가 났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특히 "농림어업.건설.설비투자.서비스업 등 경기와 민감한 부문에서 오차가 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특히 올해엔 국제 유가 급등락과 북한 핵실험 등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에 대한 낙관 경향이 큰 정부나 보수적 관측을 내놓는 민간 경제연구소와 달리 비교적 중립적인 한은마저 객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경기판단이나 정부의 정책이 오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은 스스로도 부정확한 관측에 이끌려 금리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개월 전만 해도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둔화되지만 경기순환 주기상 2007년엔 다시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을 앞세워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금리를 두 달 연속 동결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한은이 경기 전망의 입장을 바꾸면서 적절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단기 예측마저 부정확해 올바른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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