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속있는 통로만 열 것/범민족대회ㆍ고위급회담 어찌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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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민련 평양회담 참석도 불투명 범민족대회/소 압력­선전효과등 노려 열릴듯 고위급회담
북한이 참가하는 범민족대회 서울 예비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오는 8월13∼17일 판문점에서 열릴 범민족대회가 남한측 대표도 참가하는 가운데 제대로 열릴 것인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울러 범민족대회의 난조가 오는 9월4일과 10월16일로 예정된 고위급회담 본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범민족대회 북측 대표단은 27일 판문점을 철수하기에 앞서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범민족대회에 끼어들어 그것을 파탄시키려는 남조선당국자들의 범죄적 행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북한)는 남북및 해외인민들의 애국역량을 모아 범민족대회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측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서울행을 기피한 것은 범민족대회에 우익단체의 참여도 허용키로 한 정부와 전민련간의 합의가 가장 큰 이유였음이 드러났다.
북한이 26일 범민족대회 북측 준비위원회의 성명을 통해 밝힌 대로 『절대로 이들 단체들의 참가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다. 표면적인 불허이유는 『남조선당국이 관제어용 반공단체들을 들이밀어 범민족대회를 수라장으로 만들고 유산시키려는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민련은 27일 해외동포대표와 가진 2자 예비회의에서 3차 예비회의를 8월6일 평양에서 갖겠다고 결정했으며,북한측은 28일 평양 예비회의를 30,31일에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북한이 우리측 대표단의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하고 대표단에 다른 단체도 포함되면 방북을 허용할 방침인데 북한이 이런 조건들을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은 남측 대표의 평양방문을 받아들이기 앞서 이미 참가의사를 밝혔고 전민련으로부터 약속을 받은 58개 우익단체의 배제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전민련이 이를 거부할 때 북한이 입북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전민련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각계각층의 참여원칙을 뒤집으면 우리 정부가 전민련의 평양방문과 8ㆍ15 범민족대회 참가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전민련이 순조롭게 평양 3차 예비회의에 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지극히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평양 예비회담을 생략한 8ㆍ15 판문점 범민족대회는 가능한 것인가. 북한은 8ㆍ15를 기해 판문점 북측 지역을 개방한다고 선언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할 무사귀환과 신변안전보장은 거부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볼때 결국 3차 평양 예비회담을 북측이 수용하고 우리 대표들의 입북을 받아들이더라도 8ㆍ15 본대회가 열리는데 남북 당국이 의견일치를 보기엔 어렵게 되어 있다.
남은 것은 이를 둘러싼 남북간의 불화가 고위급(총리)회담 본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의 백남준 북측 대표단장은 본회담 개최를 최종합의한 26일 8차 예비회담에서 『만일 전민련의 대회참가가 어려워지는 사태로 해서 복잡한 난관이 조성되면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고위급회담 본회담 개최에도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한 행동으로 그들의 의지(?)를 뒷받침했다.
이날 북측은 원래 고위급회담 타결을 기념하는 칵테일 파티를 열 예정이었으나 취소했고 관례화된 우리측 기자들의 기자회견 요청을 거절했다.
기자회견을 하게되면 범민족대회 예비회담 북측 대표단의 판문점 통과의사여부를 미리 노출하게 되고 범민족대회가 무산될 경우 고위급회담이 받게 될 영향에 대해 미리 입장을 밝혀야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현재까지는 고위회담을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범민족대회와 관계없이 깰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측이 단독유엔가입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북한은 고위급회담에서 단일의석 공동가입안을 들고 토론을 함으로써 유엔가입이 당사자간에 협의중인 문제라는 점을 홍보할 근거를 마련하고 싶어하고 있다.
또 고위급회담에서 군축협상을 통해 경제난 극복을 도모할 수도 있고 주한미군의 철수논의를 본격화하는 선전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대화를 진전시키라는 소련의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긴장시킴으로써 내부통제강화의 명분을 얻을 필요가 생기거나 강경파가 득세해 통일전선 형성을 통한 대남 혁명노선을 강화하는등의 변수는 상존하고 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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