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회복,작은 것부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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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잔혹한 가축도살 이대로 둘 것인가
인정이 메마르고,한푼의 이문이라도 내것으로 하기 위해 눈에 시뻘겋게 불을 켜고 아귀다툼을 하는 세상. 그래서 단돈 몇천원 혹은 몇만원을 뺏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버리고도 뉘우칠줄 모르는 무리들이 날뛰는 세상형편에선 조그만 이문추구를 나무라는 게 오히려 여린 감정의 호들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보도되는 잔인한 방법의 동물학대에 의한 폭리추구는 근본적으로 인간 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과 회의를 느끼게 한다.
불과 며칠전에 우리는 소의 사지를 절단하여 탈진시킨 상태에서 심장에 호스를 찔러 박아 물을 먹임으로써 쇠고기 중량을 30∼50㎏씩 늘리는 잔혹한 도살방법에 경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인간과 가장 친숙한 가축인 개를 비슷한 방법으로 밀도살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치를 떨게 한다. 이들 밀도살 업자들은 좁은 철사그물속에 여러 마리의 개를 가둬놓고 햇볕아래 7∼8시간 내놓아 심한 갈증을 느끼게 한 뒤 주사기 모양의 호스를 혈관에 꽂아 물을 먹여 도살함으로써 15㎏짜리정도의 개를 20㎏으로 무게를 늘려 세탁용 세제로 씻어 보신탕집에 팔아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잔혹한 수법으로 도살된 개가 1만8천여마리나 되며 부당하게 챙긴 이문이 9천만원에 이른다니 거금의 부당이득도 문제지만 이들 도축업자의 마비된 인간성에 경악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보신탕이 이른바 구미 선진국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전통음식인 동시에 영양공급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살방법에 있어서는 동물에 가능한 한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예컨대 전기쇼크나 급소에 일격를 가해 단번에 절명시키는 방법을 쓰는 것이 희생당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마지막 도리일 것이다.
대상이 하찮은 미물일지라도,그것이 비록 사람들의 삶에 해가 되는 것일지라도,죽음의 고통을 짧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인정에서 연유된 관행인 것이다. 그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발로때문이다.
인간심정의 밑바닥에는 그런 잔혹성이 잠재해 있을지라도 그것이 외부로 표출되거나 고취 또는 발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물학대 자체를 삼가야하는 것이다. 각박해져만 가는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서도 동물학대는 법적인 규제가 있어야 하겠다. 정부가 입법예고중인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가축의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 하니 조속한 발효를 촉구한다.
개도살에 대한 행정기관의 흐리멍텅한 태도도 문제다. 개는 축산물위생처리법상 도살이 허용된 「수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므로 도살행위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다. 따라서 전국에 있는 모든 보신탕집은 불법ㆍ부정식품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은 방관하고 있다.
이 경우엔 현실과 동떨어진 법규자체가 오히려 사문화된 상태다. 법의 권능과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서라도 비현실적인 내용은 없애거나 고치는 것이 옳다. 법적ㆍ행정적 규제수단을 총동원하여 인간의 착한 심성을 마비시키고 잔혹성만을 자극하는 동물학대를 근절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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