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랜들 오브라이언 베일러大 종교학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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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남부의 기독교 원리주의자들과 네오콘이 손을 잡았다. 이스라엘 지지로 제휴한 것인가.

"그렇다.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성경을 잘못 읽고 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신전을 재건해야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는 성경의 예언을 맹신한다. 신전을 지을 자리에는 이슬람의 알아크사 사원이 서 있다. 성경의 예언대로 그곳에 신전을 짓자고 이슬람 사원을 철거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재림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스도 자신이다. 그리스도 재림을 위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할 필요 따위는 없다. 신약성서는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가르친다. 이라크인이라서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고 이스라엘인이라서 무조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해석은 맞지 않다."

-구약의 여러 예언들과 신약의 묵시록은 하느님이 바빌론을 소돔과 고모라 같이 파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래서 옛 바빌론 땅에 있는 이라크를 파괴하자는 것인가.

"묵시록의 바빌론은 로마이기도 하다. 몇 명의 로마 황제들이 기독교도를 박해했고, 비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는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노예로 잡아갔다. 로마와 바빌론은 하느님에게 반대한 것이다. 오늘의 바빌론은 누군인가. 오늘의 적그리스도는 누구인가. 이라크인가. 후세인인가. 미국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미국이 과연 뉴 예루살렘인가. 참으로 흥미로운 화두다."

-사담 후세인은 제2의 네부카드네자르를 자칭함으로써 미국의 침공을 자초한 것인가.

"후세인이 과대망상에 걸리고, 실제로 스커드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고 해서 이라크 침공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들은 표를 가졌다. 그래서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은 그들과 타협한다. 조지 W 부시는 성실한 신앙인이지만 남에게서 쉽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남부에서 원리주의가 번창한 이유는.

"할리우드에서 유명 배우가 영웅이듯이 남부에서는 복음전도사가 영웅이다. 내가 예일대에 다닐 때 뉴헤이븐에는 침례교회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웨이코에는 침례교회만 1백개가 넘는다."

-내년 대선에서도 부시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을 것인가.

"그들은 민주당에는 투표하지 않는다. 경제와 이라크 사정이 나쁠수록 부시는 그들의 표가 필요하다."

웨이코=김영희 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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