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불신해소 구타부터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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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현역 육군소장이 오늘날 군에 대한 국민의 비난은 군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주장, 이목을 끌고 있다.
사단장을 마치고 현재 모 부대 부군단장으로 근무하고있는 안병호 소장(육사20기)은 육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육군』90년 여름호에 기고한 「군 위상확립의 길, 새 위상 정립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란 제목의 글에서 군이 창군이래 취했던 과오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이같은 반성의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국민의 군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우리 군이 그동안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굴절되고 부정적이며 불신이 팽배해 좀처럼 씻기 어려울 만큼 깊은 골이 패있는 것을 숨길 수 없다』고 전제, 이같은 불신은 ▲창군초기 좌익세력 소탕 과정에서의 무고한 인명 및 재산피해 ▲어쩔 수 없었던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군의 개입 ▲자질과 전문성이 결여된 일부 군 간부에 대한 인상 ▲과거 군의 각종 부정과 비리 ▲구타와 같은 악습의 잔존 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이어『60년대의 5·16, 80년대의 5·17사태 등에 자의든 타의든 군이 직·간접으로 관련됨으로써 국민들의 군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가중됐다고 본다』며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고철 매매, 군수품 부정, 법무행정 비리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군의위신이 크게 실추됐고 이같은 비리가 오늘날까지도 상존하는 것으로 비쳐지고있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또 군 간부의 전문성 결여 문제에 대해 『군사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지지 않는 사람이 클라우제비츠나 조미니의 전쟁론에 대해서는 말문이 금방 막혀버리는 간부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소장은 특히 군내의 구타 문제에 대해『구타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일본군대에도 남아있지 않은 구타나 가혹 행위가 국민소득 5천달러 시대인 우리 군대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인격적이고 합리적으로 부대를 관리하고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구타사고 등으로 하나뿐인 혈육을 잃은 부모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일어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이같은 악습이 존재하는 한 국민들이 우리 군을 신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며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군을 보는 시각이 굴절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지금부터라도 군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윤리 규범을 확실히 세우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군인의 윤리 규법만 하더라도 군은 유사시에 가장 불합리한 돌격명령이라도 상관의 명령이라면 이를 실행해야 하는 조직적 특성을 갖고있는 만큼 유사시 불합리한 명령이 실천력을 갖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는 가장 합리적으로 부대를 운용하고 부하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견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군의 고급장교들은 전폭적인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장교는『안 장군의 견해는 군의 개혁을 갈망하는 장교들의 의견을 대변한 것으로 본다』며 『아직도 군내에 「우리가 잘못한 것이 뭐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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