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련,범민족대회 정부안 수용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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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회 꼭 실현”… 대국적 양보/판문점 개최 허용으로 큰 걸림돌 없애/참가단체 범위ㆍ의제 얽혀 전도 불투명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 민간교류행사가 될 범민족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민련등 재야단체는 지금까지 「각자 제목소리만 내던 단계」에서 「서로 목소리를 결집하는 단계」로 차원을 한단계 높이고 있다.
정부가 23일 오전 홍성철통일원장관등 3부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인 범민족대회에 우리측 인사의 방북을 조건없이 허용할 것이라는등 전향적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전민련도 이날 오후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1차대회」를 갖고 세부계획을 확정,발표함으로써 정부와 재야단체간의 논의가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전민련은 이날 확정한 「범민족대회 사업계획서」에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대회만큼은 꼭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집념을 밝혔다.
또 지금까지 정부가 범민족대회와 관련,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외형상으로만 보면 협상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최장소에 있어서 정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치선전장이 될 우려가 있다』며 판문점은 곤란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23일 3부 장관회견을 통해 『판문점은 물론 더 좋은 장소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개최장소에 집착하지 않겠음을 분명히했다.
이에따라 전민련은 종전 『판문점 남북지역』에서 『불가피하다면 서울에서 개최할 수 있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 최악의 경우 평양등 제3의 장소도 가능하다는 소리가 전민련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대회개최장소가 장애물이 될 수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전민련은 또 참가범위를 『남북,해외의 자주ㆍ평화ㆍ민족대단결의 7ㆍ4 남북 공동성명의 정신을 지지하고 통일을 원하는 정당,단체대표,개별인사,정부당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측이 전민련ㆍ전대협 등 특정재야단체만 초청할 경우 곤란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어느정도 접근이 이루어진 부분으로,전민련의 한 관계자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참가대표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민련은 또 범민족대회에서 논의될 의제도 ▲조국통일방안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보장 대책 ▲남북 자유교류와 전면개방 ▲유엔가입문제로 잡고 있으나 『너무 정치적 의제를 다루면 상호비방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정부입장을 감안,다음달 3일 구성될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출범이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개최시기는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민족대교류기간」인 8월13∼17일을 범민족대회 기간으로 채택함으로써 양쪽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전민련의 이같은 외형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어 대회가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지금까지 남북협상이 그랬듯이 막판에 조그만 돌뿌리에 걸려 결렬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우선 참가단체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방적으로 전민련의 선정기준인 「7ㆍ4 선언의 정신에 입각한 통일을 열망하는 단체」에 따르더라도 어떤 단체가 이런 조건에 맞느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참가단체중에는 친정부적인 단체들이 포함될 것이 자명,이들의 지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어려운 문제다. 전민련의 한 관계자는 자칫 민간교류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정부 주도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회담의 의제선택에도 적지않은 이견이 도출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철수ㆍ국가보안법철폐 등 우리측을 궁지에 몰아넣을 정치성이 짙은 의제를 채택할 경우 우리 정부측의 대응방안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것처럼 전향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와함께 북한측이 우리 정부가 제시한 자유왕래 원칙등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그들 내부문제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들고 나올 경우 파국으로 결말날 수도 있는 것이다.<이규연기자>
□범민족대회 추진 일지
▲88년 8월1일 전민련의 전신인 민통련과 민청련등 재야인사 1천14명의 발기자가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결성,「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범민족대회」 개최 제의
▲88년 12월9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결성,서한을 보내 범민족대회지지 표명
▲89년 1월29일 전민련은 범민족대회 개최를 위한 예비실무회담을 3월1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
▲89년 3월1일 전민련대표 10명 판문점으로 가던 중 전원 연행
▲89년 3월11일 범민족대회 유럽지역 추진본부 결성
▲89년 3월18일 범민족대회 북미지역 추진본부 결성
▲90년 3월3일 전민련 제2기 대의원회의에서 8ㆍ15 범민족대회 개최 결의
▲90년 5월17일 전민련이 대회추진을 위해 통일원에 남북접촉 승인신청서 제출
▲90년 5월19일 국토통일원에서 불허 통고
▲90년 6월2∼3일 서베를린서 해외추진본부와 북측대표 만나 1차 실무회담 개최
▲90년 7월20일 노대통령 범민족대회 허용시사
▲90년 7월23일 정부 범민족대회 허용. 전민련 제1차 추진위원회의 개최,세부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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