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배우 김수로 "저를 믿고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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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는 유머다. 유머가 없이는 그를 설명해 낼 수가 없다. "'이중 유괴'라는 소재가 첫 번째죠. 저 ̄기 멀리 칠레나 멕시코에서 아주 조그만 독립영화로 있었을 수는 있지만 상업 영화로는 처음일거에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잔혹한 출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독특한(?) 답변이 튀어나온다. 그 말 속에 진실이 무엇인지 옥석을 구분해 내기 힘들 정도다. "그저 김수로라는 배우를 믿고 보러와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아, 이런 배우 흔치 않잖아요? 상당히 독특하죠." 자신을 설명해 내는 데 있어서도 이 유머러스한 배우는 농담을 잊지 않는다.

김수로는 영화 <잔혹한 출근>에서 아마추어 유괴범 동철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딸이 유괴되는 '이중 유괴'라는 상황을 맡게 된다. "코미디 영화인데 극적반전이 있어요.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마 상황적인 재미가 넘치실 거예요." 이렇게 재미있는 남자가 리얼리즘이 가미된 연기를 해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보다 조금 더 진지한 연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영화가 잘 되서 부디 인간 김수로의 꿈이 꺾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연신 두 눈을 반짝이며, 입에서는 침을 수 없이 튀기며 얘기했다.

1993년도에 데뷔한 김수로는 올해로 벌써 연기생활 16년을 맞았다. 그는 2004년 이후로 <간큰가족>, <흡혈형사 나도열> 등 그 동안 주연배우의 자리를 꿰찼다. 그에게 '이제 벌만큼 벌었을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아, 그것은 마치 방위가 힘드냐, 해병대가 힘드냐 하는 문제와 같죠. 없이 살 때는 없는 대로, 또 있으면 있는 대로 산다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이번에도 농담과 화려한 비유가 버무려진 답변을 들려줬다.

김수로는 지난 10월 1일 13년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병헌, 박중훈, 안성기, 차태현, 조성모, 조여정, 엄정화 등 식장을 찾은 동료 연예인이 수도 없이 많았다. 과연 그만의 인간관계 유지 비법은 무엇일까? "일단 내가 무조건 져야 한다는 거예요. 이기려고 들면 인간관계는 성립이 안 되죠. 상대가 15도 숙여서 인사하면 저는 30도 굽혀서 인사하죠."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후배 배우 조인성이 내려와 내내 그를 기다린다.

"갑작스런 변화는 하고 싶지 않아요. 어느새 흘러가는 시간처럼 달라지고 싶죠. 엊그제 부산영화제 개막식에 섰는데 저는 제가 신화나 god가 된 줄 알았어요. 예전에 비해 함성 소리부터가 달라졌더라고요." 김수로는 자신이 지금 인생의 화양연화 시절에 서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본인만의 장기를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김수로가 있는 현장은 늘 유쾌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폼생폼사 하지 않는 배우, 무엇보다 홍보를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국민이 키운 배우 열 부럽지 않다는 거, 김수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뭘 해도 먹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 남자는, 그러나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 없다 말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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