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강변가요제 가수등용문으로 "변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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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학생들이 창작가요로 경연을 벌이는 MBC 강변가요제는 이제 젊은이들을 위한 음악축제라기보다 신인가수 등용문성격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
해마다 MBC가 여름 휴가기간의 축제행사 형식으로 시원한 강변을 무대로 꾸미는 강변가요제는 원래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의 아마추어적인 작품과 음악실력을 겨루는 경연장이었으나 차츰 본연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특히 이선희·이상은·이상우등 대중적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가수들이 강변가요제 출신인 것을 보면 강변가요제가 배출하는 신인가수는 무시 못할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기성가수들의 매니저들과 레코드업계의 기획 자들은 가요제 예선단계부터 가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17, 18일 서울정동 MBC라디오극장에서 열린 본선에서 상당수의 가요 매니저·음반 기획 자들이 엔트리들의 대중적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최종예선이라 불려야 할 것을 본선이라고 칭하는 것은「본선」진출한 24팀의 작품이 모두 최종결선 직전인 25, 26일 방송되기 때문(AM·FM 공동 밤 10시)·최종 결선은 27일 춘천 중도유원지에서 치러지며 TV·라디오를 통해 생 중계된다.
이번에 모두 4백77팀이 참가한 가운데 두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진출한 작품은 정식 데뷔한 신곡가요로 인정받는 셈이 되며 최종결선에 진출하는 12팀이 심사위원인 작사가·작곡가 또는 음반기획 자·매니저 등과 인연을 맺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로가수로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본선 진출한 24곡은 이호준·이정선·유현선씨 등 정상급 편곡자들에 의해 포장되고 MBC팝스오키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녹음된다.
이렇게 강변가요제는 기성가요처럼 윤색되기 때문에 출품작들은 대학생들의 순수함이나 아마추어적인 풋풋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강변가요제가 열번 치러지는 동안 대상은 항상 여성 솔로 싱거가 차지했고『J에게』『담다디』『젊음의 노트』등 이 강변가요제 출품 곡이라기보다 기성가수의 히트곡처럼 기억되는 것도 이 같은 체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MBC가 젊은이에게 참신한 창작가요를 보급하고 건전한 여름축제 무대를 제공키 위해 마련한 강변가요제는 그 근본 의도가 사뭇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크게 대두하고 있다.
이번 본선에 진출한 작품들 중 기성가요들과는 거리가 있는「노래를 찾는 사람들」류의 메시지가 강한 노래, 국악과 가요의 접목을 시도하는 등 대학생들의 실험적 면모를 볼 수 있는 몇몇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거리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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