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정투쟁 「피코아줌마」 귀국/“한국노동자 자존심 되찾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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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재미교포등 후원속 98일간 미 본사앞서 농성/“법정투쟁 통해 기필코 쟁취”… 가을에 재도미
『이제 한국피코의 체임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노동ㆍ인권계의 지원을 받는 국제적 문제가 됐습니다. 법적투쟁을 통해서라도 정당한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악덕 미국인 기업주가 짓밟은 한국노동자의 자존심까지 되찾고 말겠습니다.』
98일간의 미뉴욕주 시러큐스 피코본사앞에서 체임 해결을 촉구하며 「원정투쟁」을 벌인후 18일 귀국한 ㈜한국피코 노조위원장 유점순씨(36ㆍ여) 등 3명은 그동안 투쟁에서 아직 이렇다할 해결은 보지 못햇지만 국제적으로 외국기업의 해외투자 횡포를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안테나부품 생산업체로 84년1월 설립돼 3백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던 피코사는 팩시밀리를 통해 『회사문을 닫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전문 한장을 보낸채 임금과 퇴직금지불을 거절했고 부사장 짐 브레이어씨(37)마저 같은해 3월4일 미국으로 철수하자 거대 미국기업을 상대로한 「피코아줌마」들의 외롭고도 긴투쟁은 시작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6억여원의 부도를 낸채 버려진 ㈜한국피코공장에서 출근투쟁을 벌이는 한편 주한미상공회의소와 미대사관을 찾아가 항의농성을 벌였었다.
이같은 투쟁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 이들은 각계의 지원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미피코본사와의 담판을 위해 유위원장과 홍성례노조사무장(46ㆍ여),강영효노조원(29) 등 3명이 미국으로 가 이들을 「범죄자」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피코본사를 상대로 한미양국정부의 무관심속에 끈질긴 원정투쟁을 벌여온것이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 버나드 히치코크 피코회장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결론도 이끌어내지 못한채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던 이들의 소식이 이방송 등 매스컴을 통해 미국내와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제시 잭슨목사와 일본 사회당 도이위원장 등이 연대 격려메시지를 보내는가하면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재미교포와 미국지식인,노동ㆍ인권단체들이 중심이 된 후원회가 결성돼 2만여달러의 성금을 보내주기에 이르렀다.
유위원장은 『좀더 나은성과를 거두지못해 동료들과 후원회에 죄송하다』면서 『미법원의 재판과정을 지켜본후 올 가을께 다시 미국에 건너가 악덕기업주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한국주부근로자의 매운맛을 반드시 보이겠다』고 다짐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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