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국제공인”… 콜의 승리/소의 「NATO 잔류」수락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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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원확대 약속에 고르비 용단/뜻밖의 고속타결 서방도 놀라
【워싱턴포스트=본사 특약】 소련과 서독의 통일독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잔류에 관한 16일의 역사적 합의로 콜 서독 총리는 또하나의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독소 양국간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합의로 앞으로 서독의 소련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콜 총리는 겐셔 외무장관과 그의 정적들로부터 한단계 도약하는 정치적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고르바초프와의 합의로 인해 12월로 예정돼 있는 전독선거의 걸림돌은 제거됐으며,콜은 국가적 목표와 함께 그의 재선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콜 총리의 소속당인 기민당의 볼커 루헤 사무총장은 『신유럽은 확고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논평했다.
고르바초프가 「현실정치」라고 표현하는 이같은 결정은 미국과 영국ㆍ프랑스의 외교관들을 경악케 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소련이 서독으로부터 더많은 양보를 받아낸 최후의 순간에야 비로소 이같은 서독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콜 총리를 만족시킴으로써 앞으로 서방측으로부터 보다 많은 경협을 기대할 수 있는등 자신의 국내외적 위상을 보다 공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관측통들이 회담결과를 두고 『서독이 고르바초프에게 한번 신세를 진 것』이라고 평하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근거로 한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고르바초프의 「용단」에 일제히 환영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통일독일이 나토에 계속 잔류케됨으로써 나토가 유럽통합의 구심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콜­고르비의 합의 내용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방 각국은 이번 회담의 최대 현안이었던 서독내 나토군 주둔 및 핵무기배치문제에 대해 콜 총리가 모종의 양보를 했을지도 모른다며 「묵계」내용을 궁금해하고 있다.
한편 고르바초프가 이처럼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선뜻 받아들인 것은지난 주말에 있었던 소공산당대회에서의 승리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합의에는 고르바초프가 그동안 내걸었던 쟁점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대신 콜총리가 서방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코카서스에 있는 자신의 집을 방문하도록 환대를 받았다.
콜 총리는 전승 4개국과 양독이 회담을 가질 때에도 소련과 직접적으로 담판을 벌여왔다. 그는 소련을 위한 군사ㆍ경제적 양보안을 갖고 지난번 나토정상회담과 휴스턴 G7 정상회담에 임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콜이 소련에 제마음대로 양보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는데 독일은 그런면이 전혀 없지 않았다.
미국ㆍ영국ㆍ일본이 침체일로의 소련경제를 위한 대규모의 경제지원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독은 총체적인 기술지원계획,36만명에 달하는 동독주둔 소련군에 대한 3∼5년간의 비용부담 약속과 함께 30억달러의 차관을 공여했기 때문이다.
또한 콜 총리는 통일독일의 군사력 제한에도 자발적인 노력을 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에 따라 통독군의 병력상한선을 36만명선으로 하는데 동의했고 통일후 6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통독군 수를 앞으로 3∼4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줄여가기로 한 것이다.
2차대전 전승국들의 베를린 주둔문제는 소련군이 동독측에 상주하는 한,미ㆍ불ㆍ영에 대해서도 철군주장을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콜총리는 밝혔다. 물론 통일독일의 나토 가입문제나 군사력 제한문제가 「2+4회담」의 중요안건이긴 하나 그외에 풀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폴란드 국경문제,동독에서의 소련군 철수,동독영토에 대한 서독인,독일유대인의 소유권 주장,나치피해자 보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통독의 나토잔류 허용은 12월로 예정된 동서독통합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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