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로 발내민 「파행정국」/「날치기 국회」 이후 여야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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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권 총사퇴로 정면승부 걸어 야/뜸들인 뒤 협상… 사퇴는 안될 것 여
평민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데 이어 민주당과 공동전선을 형성,「야권 총사퇴」의 공세를 벌이기로 해 정국이 갑자기 태풍권으로 움직여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일단 뜨거워질 가능성이 있는 정국을 진정시켜 당분간 냉각사태로 이끌어가고 야당측이 의원직 사퇴공세를 펴더라도 이를 허용치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야권이 장내외 공세를 병행할 작정이어서 사퇴회오리가 급템포로 정치권을 휩싸가고 있다.
○…평민당은 16일 총재단회의에서 대여 전면공세를 취하기로 결정하면서 야당의원들이 의원직을 모두 사퇴해 국회해산→조기총선으로 이글어 가려는 전략을 분명히했다.
이미 14일 김대중총재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제출시기를 일임했던 평민당측으로서는 여론이나 명분으로 보아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보고 전선을 급박하게 몰아가기로 하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죈 것이다.
김대중총재는 이미 의원직사퇴를 결의한 민주당의 이기택총재와 오는 18일쯤 만나 평민­민주 두 야당의 의원직 공동사퇴를 제안키로 하고 이것이 수락된다면 내주초에는 의원직 사퇴서의 국회제출을 경행할 작정이다.
이미 평민당과 의원직 공동사퇴를 논의하겠다고 해놓은 민주당으로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으며 이기택총재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어서 내주초면 「야당의원 총사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민자당측이 현재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3당통합 반대,국회해산을 요구해온 재야와 학생권등이 연대해 투쟁을 펼 경우 여당에는 엄청난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측은 민주당과의 공동사퇴를 계기로 양당합당등 야권통합운동도 함께 전개,정국을 완전히 장중에 몰아쥐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사실 3당통합과 함께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의지가 확인될 때마다 평민당의 의원직사퇴ㆍ장외투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3김씨의 정계복귀가 상징하는 「민주주의의 환상」이 국민사이에 아직도 상당히 남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면투쟁의 시기선택만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평민당 지도부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3당통합에 대한 국민적 거부가 상상 이상으로 압축돼 있어 이제 승부수를 띄울 만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선 것이다.
평민당 일부에서는 시점이 한여름철이어서 투쟁열기를 지속시키는 데에 계절적 어려움이 있고 혀재 호전적 여론이 정국불안의 가중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수 있을는지 등에 대해 우려하는 신중론이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강경하게 밀어붙일 만하며 조기총선을 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지역구마다 의원직 사퇴에 따른 보고형식의 집회로 분위기를 고조시켜 21일 보라매공원 집회에서 지지도의 확산이 확인되면 총사퇴→국회해산 요구로 그대로 밀고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정치가 장외화하면서 반민자당 투쟁의 공동전선이 분명해지면 범야 통합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대여투쟁의 주도권만 잡게되면 그동안 평민당의 발목을 잡아왔던 김총재의 거취문제와 지분등의 난제도 일거에 해결되리라는 생각에서 당분간 정국긴장의 파고를 높이는 데 보다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 사퇴라는 파격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은 전선이 확대되면 오히려 위상정립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평민당과의 공투를 거절할 수도 없고 자칫하다간 김대중총재의 계산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독자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 예정대로 20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사퇴정국을 선도하는 노력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김영삼대표는 이미 의원직 사퇴서를 낸 민주당의원 4명뿐 아니라 평민당측이 사퇴서를 내더라도 모두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요구대로 응해서 총선을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미 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총재의 제명에 대해 신민당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을 때도 이를 모두 반려한 적이 있으며 국회의석 3분의2를 장악하고 있는 민자당이 받아 주지 않으면 사퇴서는 수리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65년 한일 회담비준반대때 윤보선씨등의 의원직 사퇴는 당시 헌법사항이어서 탈당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했다.
○…민자당은 평민당의 의원직 총사퇴 공세의 불을 끄기 위해 대국민홍보와 함께 일정기간 냉각기를 거친 뒤 대표회담등을 제의,적절한 시기에 협상을 모색,극한대치 국면을 전환시킨다는 단계적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민자당은 의원직 사퇴서를 쥐고있는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극단행동을 실천에 옮기지 않도록 하면서 야권내의 미묘한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해 사퇴를 수습할 찬스를 얻으려는 생각이다.
16일 김영삼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총재와의 여야 대표회담과 「보안법ㆍ안기부법ㆍ지자제법 등 미결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상설협상기구 구성」을 다시 제의한 것도 평민당측의 심사를 누그러뜨리면서 「거여의 횡포」라는 일부 불리한 여론을 역전시키려는 대국민홍보용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같은 단계적 전략에 대해 당 일각에선 상당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김대중총재의 다음 단계행동에 대해 너무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김총재가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오는 문제볼,정국공동책임론과 그의 정치행태에 비춰볼때 제출까지의 마지막 수순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회무용론의 여론이 최고수위에 달한 현 시점에서 김총재의 극약대응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평민ㆍ민주 등 야권이 총사퇴 공세로 나올 경우 민자당이 난처한 처지에 빠질 것은 틀림없다.<박보균ㆍ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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