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책상」벗어나 다양한 체험 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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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여름 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서울의 경우 국민학교가 16일, 중·고등 학교가 18∼21일 사이에 방학식을 갖고 40일 가까운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고3 수험생을 제외한 대부분 학생들에게 있어 여름 방학은 학교 공부의 부담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심정으로 심신 단련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해방감에 젖어 어물어물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개학을 맞는 수가 많으므로 사전에 알찬 계획을 세워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위해 여름 방학을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도움말=김재은 이화여대 교수, 정휘영 서울시 교위 초등교육 과장, 김용국 서울 구일국교 교사, 이춘섭 서울 상계 가정의원 원장).
◇계획 수립=학부모와 자녀가 서로 의논해 방학 계획을 짜도록 한다.
학부모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맡겨 놓는 것도 다 좋지 않다.
방학 계획을 세울 때는「며칠 예정으로 시골 여행을 다녀오겠다」든가,「부족한 글짓기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등의 큰 목표 한 두 가지를 정한 후 1주일 단위의 실행 계획을 마련토록 한다.
지키지도 못 할 무리한 계획은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주게 되므로 자녀가 꼭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할 것을 계획토록 한다.
일일 계획표까지 굳이 짠다면「7시기상, 7시30분 운동, 8시 아침식사…」등으로 빠듯한 것보다「아침식사 후 숙제와 공부, 오후엔 외출과 놀이, 저녁 식사 후엔 독서와 TV 시청…」등으로 여유 있게 짜는 것이 실행에 옮기기 쉽다.
일단 계획이 세워진 후에는 꼭 지키도록 하되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때 엔 학부모와 자녀가 서로 논의해 수정토록 한다.
◇생활지도=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해진 학교 생활을 통해 규칙적으로 지내던 자녀들이 방학했다고 갑자기 수면시간·식사시간 등이 달라지면 생활 리듬을 잃어 뒤죽박죽이 된다.
평소 학교 공부에 쫓겨 소홀히 했던 가정 교육·예절 교육을 시키도록 한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정도에 맞는 역할 분담을 시도해 국민학교 저학년의 경우 신문 정리·신발 정리 등, 고학년의 경우 설거지·방청소 등을 통해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족보 교육 등을 통해 친·인척 어른들의 이름이나 자신과의 혈연 관계 등을 설명해 주며 친·인척 어른들을 찾아 뵙거나 자주 문안 편지를 쓰도록 지도한다.
올바른 인사 예절·식사 예절 등을 가르쳐 몸에 배도록 해준다.
최소한 웃어른 앞에서 비스듬히 앉거나 누워 있는 일, 아무에게나 반 말투로 얘기하는 일,남의 집에서 냉장고를 함부로 열고 음식을 꺼내 먹는 일 등은 없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여행을 많이 시켜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한다.
사람들이 들끓는 피서지·관광지보다 고향이나 멀리 사는 친척집 등을 찾는 것이 차분히 자연과 접하고 다른 생활 문화권의 살아가는 모습을 살필 수 있어 훨씬 교육적이라 할 수 있다.
각 사회 단체·교육 기관이 실시하는 여름 방학 캠프에 참가시키는 것도 좋다.
일정과 행사 내용·비용 등을 잘 따져 보아 적합한 것을 골라 주도록 한다(중앙일보 7월6일자 주말광장 18면 표 참조·일부 7일자).
◇학습지도=방학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생활 경험을 쌓는 시기지만 학습을 완전히 도외시 할 수는 없다.
국민학생의 경우 고학년은 하루 1시간30분 정도, 저학년은 40분 정도 주의 깊게 방학 과제를 하도록 한다.
방학 과제를 잔뜩 미뤄 놓았다가 개학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벼락치기로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방학 과제는 각 학년에 따라 배부하는「탐구 생활」한권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그 내용이 실험·관찰·조사 위주로 되어 있어 완벽하게 잘 해내기는 쉽지 않다.
23일부터 8월25일까지 KBS-3TV, 교육 라디오(FM)를 통해 방송 될 국민학생 대상의 「방학 탐구생활」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교육개발원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자율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공부에서 접하지 못한 다양한 자료 화면과 학습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험 준비에 쫓기지 않는 학생에겐 책상머리에 앉아 하는 공부보다 직접 박물관·과학관·고궁·자연 등을 찾는 현장 학습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찾아내는「산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체능 특기 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지만 한가지 정도만 선별해 시키도록 해야하며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학원에 붙들어 매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건강관리=방학중에는 정신적·육체적 긴장이 풀리면서 각종 질병과 안전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특히 1년 중 태양 광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이때 자칫 야외에서 오래 머무르다 보면 일사병이나 탈수증에 걸리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더워 음식물이 변질되기 쉬우므로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 식품을 사먹지 말도록 하며 물도 반드시 끓여 마시도록 해야 한다.
특히 물놀이 사고가 잦으므로 보호자를 동행시켜 물가를 찾도록 하고 낯선 지역에서의 물놀이는 삼가도록 한다.
방학 때 부모가 잊지 말고 해주어야 할일 중의 하나가 시력 검사나 치과 진료·축농증·편도선 치료 등 평소 병원에 가기 힘들었거나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법을 치료해 주는 것.
방학이 되면 이 같은 환자들로 병원이 붐비므로. 방학 전에 미리 치료 스케줄을 잡아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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