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사태 악화/정부군 외국공관 총격 반군은 협상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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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몬로비아 APㆍ로이터=연합】 라이베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군은 12일 가택수색과 함께 반군 운송혐의가 있는 어선들에 총격을 가했으며 수백여명의 라이베리아인들은 이같은 소란을 피해 피신했다.
정부군은 또 이에 앞서 나이지리아 민간인 1백50여명이 피신해 있는 나이지리아대사관에 난입,총격을 가해 경비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부군에 의한 외국대사관 난입만행은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 5월에는 군이 유엔 산하기구의 한 사무소에 침입,반군측 부족인 기오 마니족 30명 이상을 연행했었다.
한편 반군 지도자 찰스 테일러가 파견한 4명의 평화협상 대표단은 이날 중재를 추진한 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측 대표들과 5시간동안 회의를 가졌다.
반군지도자 테일러는 휴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주말까지 수도 몬로비아를 함락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28개 부족 내홍에 부패정치 얽혀/반군이 승리해도 내전 계속될듯(해설)
28개 부족간의 내홍과 사무엘 도정권의 공포ㆍ부패정치로 7개월간 내전상태에 빠져 있는 라이베리아사태가 찰스 테일러(42)가 이끄는 반군 민족애국전선(NPFL)이 수도 몬로비아 3㎞지점까지 육박,공항ㆍ발전소ㆍ상수도원등 핵심시설을 모두 점거함으로써 곧 끝장날 것 같다.
육군상사출신의 도대통령(40)은 지난주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하고 현정부ㆍ반군 및 모든 재야세력이 참여하는 범국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으나 반군은 이를 묵살한채 공격망을 더욱 죄고 있다.
지난 80년초 도정권하에서 조달청장등 정부각료를 지내다 90만달러의 공금횡령혐의를 받고 83년 라이베리아를 탈출했던 반군지도자 테일러는 도대통령의 「저자세협상요청」은 일체 무시한채 나이지리아ㆍ갬비아등 6개국으로 구성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중재에만 마지못해 응하는체하고 있다.
현재 ECOWAS는 ▲정전협상개최 ▲과도정부수립 ▲조기총선실시등 3개항의 중재안을 갖고 반군측과 협상중이나 그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라이베리아의 실질적 「종주국」인 미국도 도정권의 최후가 임박했음을 인식,국외탈출을 제의했으나 도대통령은 1천명의 친위부대와 출신족 크란족이 몰려있는 그랑 게데로의 「탈출」을 주장하고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군진영도 테일러가 이끄는 주류와 7백명의 기동타격대를 이끄는 프린스 존슨 진영이 노선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어 도정권이 쓰러져도 내전은 의외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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