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개혁호 “쾌속 항진”/고르비 뜻대로 된 당 권력구조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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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 정치국원들 지지확보 무난/분리 외치는 공화국 회유 노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9일 소련공산당대회에 제출한 당구조개편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 당대회에서 보수파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고르바초프가 이끄는 개혁파의 커다란 승리로 평가된다.
당대회 개막에 앞서 당초 개획된 당구조개편안은 ▲당서기장직 폐지 ▲당의장직 신설 ▲당 정치국 해체 ▲당간부회 신설이 주요내용으로 돼 있었다.
이는 고르바초프가 지난 2월 당중앙위 총회와 3월 인민대회를 통해 이미 이룩한 헌법상 「당의 지도적 역할」 폐지이후 계속 추진해온 당ㆍ정분리 작업의 일환으로,소련사회를 당이 지배하는 사회 아닌 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환시키는 장대한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당초의 개편안은 당내 보수파의 강한 반대로 당서기장ㆍ정치국을 존속시키기로 하는 대신 부서기장직 신설ㆍ정치국 확대개편쪽으로 수정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정에도 불구,고르바초프가 원래 계획했던 내용의 알맹이는 그대로 담겨 있어서 고르바초프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번 당구조개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국의 구조개편이다. 소련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70년동안 소련권력의 핵심으로 소련을 이끌어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3월 인민대회에서 헌법 제6조에 보장된 당의 지도적 역할이 폐지됨으로써 정치국의 절대적 지위가 상당히 저하된 것이 사실이지만 소련사회 구석구석에 침투돼 있는 1천9백만 당원을 거느린 당정치국의 지위는 아직도 확고부동한 것임엔 변함이 없다.
새로운 당구조 개편안은 정치국을 그 근본에서부터 뒤바꾸는 것이다. 우선 지금까지 당서기장은 당 중앙위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당대회에서 직접 선출한다.
그 구성에 있어서도 당 서기장ㆍ부서기장외에 15개 구성 공화국 제1서기,그리고 당 중앙위가 선출하는 2∼6명의 「무임소」 정치국원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러시아계와 모스크바출신이 중심이 돼온 정치국은 전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새로 정치국원이 될 각구성공화국 제1서기들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주권보장,시장경제,고르바초프가 추진하는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느슨한 연방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다수를 차지,앞으로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지지하는 세력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방정부로부터 소외돼 분리ㆍ독립선언으로 연방당국과 팽팽히 맞서있는 발트해 3국도 3명의 정치국원을 갖게 됨으로써 연방수준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도 주목된다.
한편 앞으로 당서기장을 대신해 상당한 권한을 갖게될 신설 부서기장엔 고르바초프가 지명하는 개혁파 인물이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
관측통들은 고르바초프의 이번 당구조 개편계획이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최근 소련내에서 일고 있는 각구성공화국의 분리독립 또는 주권확대요구에 대한 당차원의 배려이며,다른 하나는 당정치국의 기능을 약화,궁극적으로 당ㆍ정분리를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은 고르바초프의 구상대로 되리라고만은 속단할 수 없다. 리가초프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들은 새 강령에서 당의 기본지도원칙인 민주집중제를 고수하는 한편 군ㆍKGBㆍ기업ㆍ공장에 조직돼 있는 당 세포조직을 유지,이들에 대한 당의 통제권을 계속 견지한다는 강경입장이다.
따라서 11일 폐막에 앞서 채택될 당강령및 규약내용을 놓고 보수파와 개혁파간에 또 한차례의 격돌이 예상된다.
이와함께 지난해 여름 전국적인 파업으로 한때 소련산업전체를 마비시켰던 탄광노동자들이 당대회 폐막일을 기해 전면적인 파업에 들어갈 것을 선언함으로써 고르바초프는 다시한번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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