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핵제재결의] 정부 '결의안 이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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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K-55)에서 열린 '2006 오산 에어쇼'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전시됐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15일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외교부로 하여금 공식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기 전인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안보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유엔의 동향 등을 점검했었다. 정부 당국자는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미 유엔 차원의 결의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외교부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은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정부가 취할 각론 차원의 조치를 앞두고 노 대통령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외교부 성명만 해도 그렇다. 성명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한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안보리 결의를 존중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임을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언급하는 대목은 없었다. 청와대에서 서주석 안보수석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급이 참석한 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도 열렸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와 통일부 등에선 익명의 당국자 명의로 소극적 대처 방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안보리 결의에 경제 관계 중단 등의 조치가 명시적으로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쪽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도 안보리 결의 이행과 관련한 검토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북한 선박의 화물에 대한 검색 문제도 기존의 조치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총론에서는 '성실 이행', 각론에서는 '종전대로'로 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소극적 제재 방침이 계속 관철될지는 의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일본.한국.중국을 연쇄 방문한다. 정부는 라이스 장관이 정부의 대북 사업에 대한 재검토와 PSI 참여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PSI 문제는 노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PSI 참여 폭을 다소 넓혀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동시에 선박 검문활동 참여 등 북한을 자극할 요소들을 피해가는 묘책을 찾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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