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KBS - 2TV, 토요일 밤 21분 방송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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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사고 원인이 장비 고장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후 대처가 신속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 핵실험 등 국민적 관심사가 미디어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고는 "국가 기간방송이 심각한 약점을 노출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방송 사고 왜?=14일 오후 11시8분. '위기 탈출 넘버원' 방송 도중 갑자기 초록색 화면만 뜨면서 방송이 끊겼다. 2분이나 지난 11시10분에야 양해를 구한다는 자막이 나갔다. 방송이 정상화된 것은 11시29분이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 KBS는 여의도 본사 2TV 주조정실에서 남산 송신소로 영상과 음향을 분리해 보내는 장비인 '디먹스1, 2'의 고장 때문으로 분석했다. 오종연 송출팀장은 "당시 근무자는 3명으로, 사고가 나자 비상상황 매뉴얼(SOP)대로 움직였다"며 "그러나 디지털 시스템이라 장비가 많다 보니 매뉴얼대로 기계를 점검해 예비 기계로 돌려놓고 시험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해부터 SOP를 마련해 놓고 1, 2TV와 DMB 방송 사고에 대응토록 하고 있다.

◆ "5분 안에 정상화됐어야"=지금까지 기술적 원인에 의한 방송 사고는 2~3분을 넘지 않았다. 1999년 6월에는 영상합성기 고장 때문에 MBC '뉴스데스크'가 3분간 화면이 나가지 않았다. 2001년 5월에는 KBS-1TV '아침마당'이 전원 공급 시스템 장애로 2분간 중단됐다. 그러나 21분이나 지상파방송이 복구가 안 된 적은 없었다.

한 방송전문가는 "21분의 방송 중단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며 "기계 고장을 포함해 어떤 경우든 5분 안에는 정상화가 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SOP가 제대로 작동만 하면 어떤 기술적 결함도 수분 내 복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 늑장 대응, 이어지는 비난=이번 사고는 최근의 북한 핵실험 사태와 맞물리면서 일부 국민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연상케 했다. 빠르고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할 방송이 자체 방송 사고조차 '방송사 사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 시청자를 당황케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게시판에는 '핵실험이다 뭐다 해서 노심초사인데 갑자기 TV가 안 나와서 전쟁이 난 줄 알았다'(아이디 wearesad), '수신료 받는 방송이 왜 그러냐'(okajaki) 등 항의가 빗발쳤다.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는 "KBS-2TV가 오락.교양 채널이라도 엄연한 국가 기간방송"이라며 "만약 조직 기강 해이에서 빚어진 인재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고 발생 후 조치가 늦었다는 점에서 국가비상사태 시 대응 능력에 대한 점검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거세다. 숙명여대 신방과 박천일 교수는 "정상화가 늦어진 것은 매뉴얼에 익숙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상 시스템 가동에 대한 근본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15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KBS는 김홍 사장직무대행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해당자 징계 및 응급조치가 늦어진 데 대한 조사에 나섰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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