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 생존 심각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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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 심의 중 코를 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선박의 입항과 북한산 물품의 수입, 북한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안을 11일 확정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핵무기를 개발하면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의 생존 조건이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다."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한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11일 국회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설사 실패했다 해도 이를 시도한 것 자체가 똑같은 죄"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되는 특단의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신중한 발언과 태도를 보이던 아베 총리가 지론인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의지는 이날 이례적으로 밤 시간대에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북한과의 무역과 북한 주민의 입국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제재조치를 발표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제재는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북한 상품의 수입금지 ▶북한 국적자의 입국 금지가 핵심이다. 아베 총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추가 제재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의지는 강력, 효과는 회의적=북한산 수입금지와 함께 모든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 것은 대북 무역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북한 선박은 송이버섯.게.모시조개.성게알 등 주로 농수산물을 일본 항구에 내려놓고 대신 중고 가전제품.자전거 등을 싣고 돌아가는 방식의 무역을 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새 급격히 줄어들어 지난해의 경우 전체 무역액의 4.8%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38.9%에 이르렀다. 한국도 26%로 늘었다. 한국.중국의 무역제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북한이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뜻이다.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만경봉호에 한해 취하고 있는 입항금지를 모든 북한 선박으로 확대하고,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한 데서도 북한의 무역활동을 차단하겠다는 아베의 의지가 읽힌다. 일본은 조총련 자금 일부가 만경봉호 등 인적 왕래를 이용해 현찰로 운반돼 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도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 조총련 대북 송금의 대부분이 제3국을 통한 우회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회 송금을 일본이 독자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조총련의 대북 송금 또는 조총련계 교포가 운영하는 기업의 무역 대금은 중국.몽골.이탈리아 등 제3국에 설치한 지사나 대리인 명의의 계좌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북한 "대항 조치 강구할 것"=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는 12일 평양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 정부가 추가 제재에 착수하면) 필요한 대항 조치를 반드시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조치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고 빈말은 하지 않는다"며 "(일본) 총리의 언동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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