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저임금 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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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한 경제학자 650명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동참한 노벨상 수상자는 스탠포드대 케네스 애로우, 펜실베니아대 로렌스 클라인, MIT의 로버트 솔로우, 콜럼비아대 조셉 스티글리츠, 캘리포니아대 클리브 그랭거 교수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워싱턴에서 미국 경제정책협회(EPI)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시간당 5.15 달러인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을 7.25 달러로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재의 최저임금은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할 때 1951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은 97년 이후 한번도 인상되지 않아 지금의 경제 실정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미 경제자문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과 관련된 수십년 간의 논쟁이 종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는 대부분 취약계층의 여성과 저소득 가정에 돌아간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전체 노동시장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논리다. 대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취약계층의 근로 의욕이 높아질 뿐 아니라 소비도 살아난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효과는 경제학계에서 오랜 논란 거리가 돼왔다. 근로자가 저임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쪽과,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는 인건비 부담을 꺼리는 기업들이 고용을 줄여 결과적으론 실업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게다가 불황일 때는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라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므로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었다.

이 날 경제학자들의 주장 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취약계층 근로자의 소득이 각각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거물급 경제학자들이 한꺼번에 최저임금을 지지하고 나선 것 자체를 두고 미국의 학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경기가 괜찮은 상황이므로 최저임금을 높여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찬성파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양극화를 의식했다 ….

물론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수혜층에는 가족부양 부담 없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10대 청소년이 많으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미국의 22개 주와 워싱턴 D.C.는 연방정부가 정한 수준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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