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씩 쫓겨난 대학총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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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대학의 학생들이 총장을,그것도 한달만에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교문밖으로 내쫓는 일이 벌어졌음에 대해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시위 속에서 어쩌다 일어난 불상사라고 한번만은 묵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똑같은 일이 같은 대학에서 거푸 되풀이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 이성과 민주의 수련장이어야 할 대학이 아직도 계속 문제해결의 방식을 폭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물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재단이 아무런 개선책도 제시하지 않았고 최악의 사태까지 가서야 설립자가 모든 직책을 사퇴해버리는 최악의 코스만을 달려온 것도 기막힌 노릇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1년여 동안 대부분 총장선출을 둘러싼 학내문제가 대화와 화해로 어느 정도의 합의를 이루고 있는 오늘에까지 세종대가 파괴와 폭력을 동원하고,이른바 학내 민주화의 「마지막 보루」라며 분규를 일상화시키는 작태라면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총장선출만이 최대의 문제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악화될 수는 없었다. 이미 고려대의 경우 학생들의 요구나 교수들의 전체 의사가 화해를 이뤄 총장추천위원회제도가 도입되어 학생들의 간접참여를 허용했고,그 과정을 거쳐 무리없이 새 총장이 선출되었다.
세종대 또한 교황선출방식에 의한 교수 전원 투표형식의 총장선출이 무난히 이뤄졌고 여기서 진일보된 형식의 선출방식 또한 연구중으로 알려졌으며,이대의 경우 후임총장의 선출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임기를 1년 앞둔 총장이 스스로 총장직을 사퇴해버리는 것등이 오늘의 대학풍경이다.
결국 자신들이 속해있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 서로가 물러설줄 알고 함께 연구하는 풍토가 최상의 길임을 재단ㆍ교수ㆍ학생 모두가 합의하고 실천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세종대에서는 아직껏 수년전에 합의한 「총장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와 그때는 「힘에 밀려 할 수 없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밀고 당기는 승강이를 한학기동안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발전을 외면한 자해행위일 뿐이다.
진정 대학발전을 위한 학내투쟁이라면 아직도 시간은 있고 방법 또한 남아있다.
먼저 1주일이내에 학생들을 두번씩 총장을 쫓아낸 과격시위와 폭력에 대해 솔직한 사과와 깊은 반성을 해야한다.
그리고 한발짝 물러서 총장선출제에 대학과 연구하고 합의하면서 무엇이 대학발전을 위한 것인가를 두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학내투쟁이 결코 운동권과 연계된 마지막 보루로서의 투쟁장이 아니라 대학발전을 위한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었음을 입증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재단 또한 기왕 설립자가 사퇴한 마당에서 재단 고유의 총장선출권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족기업으로서의 대학이었던 종래의 나쁜 인상을 차제에 말끔히 씻고 갈가리 찢겨진 교수와 학생들간의 유대를 새롭게 할 심기일전의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발전이란 어느 한쪽의 고집과 투쟁으로 쟁취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구성하는 재단과 교수와 학생간의 화합과 조화에 의해 하나씩 쌓여진다는 평범한 사실에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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