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과시 목욕갈 때도 비서 수행/「사정 1호」 김상조 전경북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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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인도 인사개입… 공관엔 업자들 줄이어
김상조 전경북지사의 비리사건은 막중한 도정책임자로서 부동산투기 등을 일삼고 심지어 부하직원의 인사를 놓고 뇌물까지 챙겼다는 사실과 함께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김씨는 경찰간부후보 11기 출신으로 79년 경북도경국장 재직시 10ㆍ26이 터졌으며 전ㆍ현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그 즉시 국보위에 발탁되면서 치안본부 3부장ㆍ경찰종합학교장ㆍ해경대장 등 경찰요직을 두루 거쳤고 청와대 정무2비서관과 행정비서관을 역임,고향인 경북 도백으로 재임하는등 그동안 「실력자」로 무풍의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김씨가 어느정도의 「실력자」인가는 사정반이 혐의를 잡았음에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데 무척 신경을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김씨의 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88년 5월20일 경북지사로 부임하면서부터라는 것이 주위사람들의 얘기다. 내무행정에 어두운 그가 부임 10일만에 업무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시장ㆍ군수ㆍ국장 등 29명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를 단행,정년이 1년밖에 남지않은 고참시장ㆍ군수 6명을 대기발령시키거나 권고사직 시킨 데 이어 부시장ㆍ부군수 등 7명을 강제퇴직시켜 부하들로부터 원망을 사기 시작했다.
당시 김씨는 인사원칙을 무시,고급간부 양성반교육을 거치지않은 간부를 승진발령하는 등 재임기간동안 네차례나 멋대로 인사를 해 의혹을 사왔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인사와 관련,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그 동안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잦은 인사와 지역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부인 김병희씨(56)까지 개입해 『사모님을 만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설이 은밀히 나돌았고 공무원의 인사청탁은 물론 특혜를 바라는 지역건설업자들의 발길이 지사공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다.
부인 김씨는 부동산투기에 강한 집념을 보여 서울에서 토지투기로 3억8천만원의 전매 차익을 남겼으며 김씨가 제주도경국장 재직시인 76년에는 제주도에까지 투기의 손길을 뻗친 사실이 이번 수사과정에서 나타나 수신제가에 흠이 많았다는 소리도 높다.
김씨는 지난해 6월 『고향인 구미시내에서 부동산투기를 하고 있다』는 투서가 청와대로 날아들어 내사를 받을때만 해도 『선대로부터 물려 받은 전답과 선산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무사히 위기를 넘겼으나 부동산 투기로 수십억원을 축재했고 8천여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챙긴 사실이 현실로 드러나자 대구ㆍ경북시민들은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게다가 아직도 농민들의 집단시위가 끊이지 않는 선산ㆍ칠곡ㆍ영일군 등 농경지와 임야의 형질변경까지 해주면서 골프장건설 허가를 내주게됐고 이와관련,수억원의 뇌물을 공무원자녀 장학기금조로 받았다는 구설수에 올라있다.
김씨는 재임기간중 업자들로부터 명절때 떡값조로 받는 것외에 뇌물수수설을 극구 부인해 왔었으나 김씨가 연행되기 3시간전에 검찰에 연행된 수행비서 김석암씨(43)의 서류가방에서 입출금장부가 나오는 바람에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케 됐다.
김씨는 정치적인 여건으로 봐 도지사에서 공직생활이 끝나게 될 것에 대비,지난해 12월엔 도비 8천만원을 들여 「김상조드림」이라는 표지의 캘린더 7만부를 제작,지역주민들에게 돌리다 말썽이 된 일도 있다. 김씨는 특히 재임기간중 두차례나 34개시ㆍ군을 순시했고 2백46개읍ㆍ면을 돌며 지역주민들과 대화,격려금을 서슴없이 내놓아 민선지사를 겨냥한 표다지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다.
또 평소 과시욕이 강한 김씨는 대구시내 기관장들과 친선골프를 칠때도 수행비서가 일일히 시중을 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이틀에 한차례식 드나드는 K사우나탕에서도 비서가 무선전화기까지 들고 탈의실에 나타나 경호하면서 스킨 로션 등 화장품까지 바치는등 지나치게 권위의식을 내세우기도 했다.<대구=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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