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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10월의 책' 선정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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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러나 책이 가장 팔리지 않는 시절 또한 이때다. 오히려 피서철인 여름이 최대의 독서철이다.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까. 간단하다. 모든 슬로건은 이뤄지지 않은 꿈을 향한 전진 구호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슬로건 너머에 있는 진실이란 대개 배신으로 드러난다. 그래도 슬로건은 모진 꿈이라도 키워낸다. 그 덕분인지 가을이 오면 책읽기가 어김없이 더 그리워진다.

지난 한달 동안 가장 많은 서평을 받은 책은 소설 '나쁜 여자, 착한 남자'였다. 흉흉한 성 이야기가 떠도는 요즘, 농담처럼 그려낸 사랑에 대해 "사랑이란 그래도 순수한 감정의 교집합"(soraji)이라는 항변에서 "엽기적이든 반도덕적이든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star_mania)이라는 반응이 다채롭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지음, 문학과 지성사)도 독자들의 관심을 끈 소설집이다. 전통적 여성상을 거절하는 여자 주인공들이 "쿨하지만 슬프고, 화려하지만 행복하지 않아"(pjh4613) 보인다거나 "그녀들이야말로 신여성"(nklee7)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요즘 출판 흐름의 키워드는 단연 '통념 깨기'다. 인터넷이란 방대한 정보창고 덕분에 똑똑해진 독자들이 퍼뜩 다가설 만한 재료는 역시 기존의 지식을 뒤엎는 색다르고 생각지 못한 것일 게다.

앞에서 소개한 책들이 그렇다. 독자서평 상위에 오른 책들인 '아마추어 과학자'(존 말론 지음, 생각의나무)는 당대 주류 과학계로부터 무시당했던 위대한 과학자를 되살리고, '미국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리처드 솅크먼 지음, 미래M&B)은 미국을 거꾸로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정진욱 교보문고 인터넷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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